ADVERTISEMENT

[불타는 우크라이나]‘러 침공’ 경고 무시한 젤렌스키 대통령, 위기 때 우왕좌왕 국민 신뢰 잃어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77호 08면

SPECIAL REPORT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나는 수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부 구역에 머무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비디오 연설에서 자신이 국외로 도피했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그는 “적군의 비밀 파괴공작 단체가 키예프에 진입했으며 최우선 목표는 바로 나”라며 “시민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계엄령을 준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희극배우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의 종’이란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2017년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반부패 운동을 벌여 소셜미디어(SNS) 스타가 된 뒤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역을 맡았다.

우크라이나는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2014년 친러파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위기가 이어졌다.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고,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독립을 선포한 뒤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해 오고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380만 명의 주민 중 상당수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러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약 80만 명의 주민은 러시아 여권을 소지한 이중 국적자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치열한 내전이 거듭됐고 이로 인해 1만4000여 명이 사망했다. 기성 정치권에 신물이 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2019년 대선에서 동부의 분쟁과 부패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운 젤렌스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관련기사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 장악 지역을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군 진입을 허용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과 서방의 경고를 “서방 국가들이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무시했다. 미국 등이 대사관을 철수하는 와중에도 SNS에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 아니다”며 불안감을 잠재우기에 바빴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국민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키예프 국제사회연구소의 지난달 여론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의 재선을 원한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SNS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4분짜리 동영상을 통해 국가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드미트로 꿀레바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악마를 물리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도 트위터와 왓츠앱 등을 활용해 주요 정보를 발표하고 있다. 외신들은 러시아 특공대가 노리는 수뇌부 위치를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SNS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과 해킹 시도로 피해를 본 통신망을 대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