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토론을 거듭할 수록 양강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신경전은 더 격화됐다. 25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열린 대선 후보자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입만 열면 거짓말”, “내용을 모른다”, “정상적인 질문을 하라” 등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李 "빙하타고 온 둘리", 尹 "안보관 부족"
윤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7번이나 사용하며 ‘허위 프레임’으로 반박했다. 예컨대 윤 후보가 “(경기도가) 업무추진비 내역도 공개를 안하고 있다”고 공격하자,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정말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경기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지금도 인터넷에 다 공개돼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정치 초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는) 6개월 초보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은 충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로 윤 후보를 향해 “너무 거칠고 난폭하다”며 “자제하고 (사드 추가 배치를) 철회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이 후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질 때)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를 이미 했는데 ‘NSC 회의하라’고 하신 것 봤다”며 “시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윤 후보님 빙하타고 온 둘리같다. 들어보셨냐”고 윤 후보를 비꼬았다.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캐릭터 고길동은 이 후보의 별명이기도 하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정상적인 질문을 하라. 팩트(사실)에 근거해서”라며 불쾌함을 표출했다.
安은 尹 협공 제안 '거절'
이날 토론에선 최근 단일화 논의, 정치개혁 제안이 진행되는 정국에서 후보들 사이의 역학 관계가 미묘하게 드러났다.
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호응을 유도하며 이 후보에 대한 협공을 기대했지만, 안 후보는 거절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을 언급하며 “이 후보님이 만약 대통령이 되면 공직 사정이나 감찰, 감사 이런 공직기강을 잡는 일이 가능하겠나”라고 안 후보에게 물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그건 제게 여쭤보실 일이 아닐 거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안 후보는 “다 끝난 일”이라고 말하는 등 서로 ‘냉각기’ 상황이다.
윤 후보가 여소야대 정국 극복방안을 “헌법 가치를 모두가 진정성 있게 공유한다면 얼마든 협치가 가능하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안 후보는 “그게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거다. 지금 (윤 후보가) 의원 경험이 없어서…”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李는 安과 沈에게 손 내밀었지만…
최근 ‘다당제 연합정치’ 개혁 제안을 한 이 후보는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향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 표가 제대로 반영돼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해 제3당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도 동의하죠”라고 물었다. 심 후보를 향해선 “어차피 제안하신 거니까 당연히 동의하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 후보와 심 후보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였다. 안 후보는 “(개혁안이) 과연 의원총회를 통과할 것인가, 그게 키(핵심)”라며 “만약에 진정성이 있다면 얼마남지 않았지만 의총이야 얼마든지 소집해서 통과시킬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심 후보는 민주당이 직전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점을 들어 “이번에 대통령 선거에서도 (권력구조 개편을) 득실을 따지고 이용할 생각을 하지말라”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도 또 후보들의 공동 선언을 시도했다. 그는 “네 명의 후보들이 정치보복은 있어서 안 된다는 뜻을 모두 다 같이 하고 있다”며 “정치보복 대국민 선언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당연한 말씀”이라고 말하고 넘어갔다. 지난 3일 토론에선 안 후보는 연금개혁에 대한 후보들의 동의를 끌어냈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아버지 호소 전한 沈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심 후보는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환씨의 호소를 대신 전했다. 심 후보는 “이 사건이 신고되고 고 이예람 중사를 고립시키고 2차 가해를 해서 죽음으로 내몰았던 군 조직의 그 누구도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부모님들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특검을) 여당이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지난 21일 토론에서는 시민 박경석씨가 보낸 장애인 이동권 관련 호소를 전했다.
안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얘기를 꺼냈다. 그는 “바로 27년 전 이 전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지금 기업은 1류다. 그런데 정치는 계속 4류에 머무르고 있다. 기득권 양당이 서로 편가르고 싸우면서 이긴 쪽이 국민세금 나눠먹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