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2일 앞두고 열린 중앙선관위 주관의 두 번째 법정 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고리로 상대의 안보관을 공격하며 정면 충돌했다.
25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S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토론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는 거칠고 난폭해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나 선제 타격 같은 이야기를 쉽게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졌는데 (기존 주장을) 철회할 생각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지난해 6월 정치 선언을 한 윤 후보를 겨냥해 “우크라이나는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됐고, 러시아를 자극해 충돌했다. 외교의 실패가 전쟁을 불러온다는 극명한 사례”라며 “초보 정치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보여준다”라고도 공격했다.
반면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평화는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 유약한 태도로는 평화가 더 위협받는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가 “윤 후보가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큰소리만 뻥뻥 치는데 이를 (삼국지의)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거듭 공격하자 윤 후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저런 말을 하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둘은 이 후보의 24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발언으로도 맞붙었다. 윤 후보가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구 반대편 먼 나라의 일이고 무관한 일이라던 이 후보가 지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며 “안보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먼 나라의 일이 우리나라 주가 등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였다. 윤 후보가 거짓말을 정말 자주 한다”고 반박했다.
李 “대장동은 尹 게이트” 尹 “이완용이 안중근한테…”
두 후보는 지난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을 놓고 또다시 거친 공방을 주고받았다. 윤 후보는 “‘대장동 녹취록’ 뒷부분에 김만배가 ‘이재명 게이트’라고 말했다고 (지난 토론에서) 말했더니 이 후보가 아니라고 했는데 거짓이었다”며 “(경인 고속도로 배수구에) 버려진 대장동 문건이 발견됐는데 이 후보가 결재한 서류도 발견됐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그들(대장동 사건 연루자)에게 도움을 준 것도 윤 후보이고, 부산 저축은행 대출 비리 수사를 봐주거나 이득을 본 것도 윤 후보”라며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다. 윤석열이 몸통”이라고 역공을 폈다.
이에 윤 후보는 “저 보고 몸통이라는 데, 제가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를 했나 아니면 관용 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하면서 왜 대장동 대출만 봐줬나”라는 이 후보의 압박에 윤 후보는 “SPC(특수목적법인) 대출로 배임 혐의가 되는 부분만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安 “단일화 끝난 이야기” 尹 “노력하고 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이슈도 처음으로 토론 테이블에 올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후보 단일화가 열려 있나”라고 묻자 안 후보는 “이미 결렬됐다고 선언했다”며 “윤 후보께 경선하자고 제안을 했다. (윤 후보가) 그것에 대해 생각이 없다면 이미 다 끝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 대목에서 완주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려는 듯 “그 점을 분명히 정리했으면 좋겠다”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윤 후보의 기류는 안 후보와 달랐다. 윤 후보는 심 후보의 같은 질문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양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전화했지만 안 후보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이 후보는 “(윤 후보 측이) 우격다짐으로 안 후보를 눌러 앉힌 다음, 조건을 걸어서 단일화하려고 하는데 안 하는 게 맞다”고 안 후보를 거들었다.
안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 “윤 후보와 단일화 담판을 할 가능성이 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저는 담판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 후보가) 경선을 하겠다면 모르죠”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