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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밀더니 대선 직전 "원전이 주력"…입장 바꾼 文에 野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선 'D-12'인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의 주요 이슈인 원자력 발전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연달아 입장을 내놨다. 원전에 대해선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기존 탈원전 기조과 다소 다른 입장을 밝혔고, 건보 재정 악화 비판에 대해선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놓고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안해진 에너지 자원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는데, 박 대변인이 전한 문 대통령 발언은 모두 원전 관련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선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루어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또 “원전에 있어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전이 필요한 국가들이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높이 사서 우리 원전의 수입을 희망하고 있으므로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등의 발언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의 이날 원전 관련 발언은 탈원전을 강조했던 기존 발언과 결이 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17년 6월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가동이 늦춰진 것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게 원자력 업계의 판단이었다. 예컨대 신한울 1호기는 건설허가 당시 2017년 6월 상업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지난해에야 운영허가 승인이 났다.

이에 대해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렇게나 탈원전을 포기하라고 이야기할 때는 들은 척도 안하더니,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제 와서 ‘원전이 주력전원’이라고 한다”며 “차라리 솔직하게 국민앞에 탈원전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위기상황에서 기댈 곳은 원전밖에 없다는 것을 털어놓으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원전 관련 문 대통령 발언을 공개한 데 이어 건보 재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SNS에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2조 8천억 원 이상 흑자를 기록해 누적 적립금이 20조 2000억원을 넘었다”며 “우리 정부 출범 당시 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우리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강력히 추진하며 지출을 대폭 확대했는데도 건보 재정 상황은 오히려 양호해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건보 재정 악화니 부실이니 하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석열 캠프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의 무차별적인 급여화로 건강보험 재정만 악화시킨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연이은 원전·건보 재정 메시지를 야당은 선거 개입 의도로 봤다. 기존 탈원전 발언과 다소 기조가 다른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감원전’ 공약을 측면 지원하는 것이고, 건보 재정 메시지는 윤 후보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규환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중립을 강조해놓고서는 정작 대통령과 청와대는 언행불일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탈원전 정책, 건보재정 문제든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대놓고 야당 후보에 반박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차라리 심판이 두렵다고 말씀하시라. 대놓고 선거중립의 의무를 내팽개친 청와대는 심판의 이유를 하나 더 자초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24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협약식을 마친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천 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 강임준 군산시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 대통령,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24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협약식을 마친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천 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 강임준 군산시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 대통령,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야당에선 문 대통령의 지난 24일 전북 군산 방문을 두고도 ‘선거 개입’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후보가 호남에서 과거 보수 정당 후보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호남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군산에서 “군산의 지역 경제와 조선산업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등 ‘지원’이라는 단어만 9번 언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원전 정책에 대해 오해가 있고, 건보 재정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비판이 있어 문 대통령이 입장을 낸 것”이라며 “선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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