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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론도 진화론도 설명하지 못한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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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사피엔스
존 핸즈 지음
김상조 옮김
소미미디어

자연과학은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진화에서 수많은 업적을 쌓아왔다. 하지만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고,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 지구를 지배하게 됐는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풀리지 않은 의문이 수두룩하다.

 우주 탄생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빅뱅 이론만 해도 그렇다. 영국의 자연과학자·시회과학자이자 과학이론 분석가인 지은이는 빅뱅 이론은 통상적인 과학 방법론과 달리 관측이 아니라,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이 이론의 근간인 우주 급팽창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급팽창 이론이 혼돈 급팽창, 이중 급팽창, 삼중 급팽창, 하이브리드 급팽창, 중력 사용 급팽창, 스핀 사용 급팽창, 벡터장 급팽창, 끈 이론의 막을 사용한 급팽창 등 100가지가 넘게 제시됐다만 확실한 건 없다. 이 때문에 빅뱅 이론은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설명하지 못하는 공백이 적지 않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우주가 무에서 창조됐다?

 특히 우주 탄생 때 생겼다는 고밀도 물질이 어떻게 지금처럼 우주로 확대됐으며, 그 에너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는 여전히 규명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우주가 무에서 창조됐다는 이론을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The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ESO)가 2022년 2월 10일 배포한 사진. [AFP=연합뉴스]

 지은이는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고대 인도의 철학적 사유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생명을 ‘숨결’을 뜻하는 프라나로 부르며 살아있는 에너지를 탐구했던 구도자들은 자신들의 통찰을 고대 문헌인 우파니샤드에 기록했다. 서양에선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명 논의의 뿌리다.

 현재 전 세계를 힘들게 하는 바이러스는 사실 생명 논쟁의 주요 요소다. 생명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재생산하고, 진화하며, 조직하고, 아미노산보다는 복잡하다는 점에선 생물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 밖에서는 활동하지 않고 오로지 숙주 세포에 기생해서만 활동할 수 있어 독립 생명체로 정의하기엔 부족하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다' '죽었다'라는 구분 대신 '활동적'이거나 '비활동적'인 입자로 표현한다.

죽은 바이러스? 비활동적 바이러스?

이처럼 생명이란 정의부터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철학과 자연과학은 이처럼 협업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구에 어떻게 생물이 출현했는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론상으론 초기 지구 환경에서 태양이나 번개에서 비롯한 에너지가 원자에 작용해 20개의 아미노산을 자연 발생시켜 시작됐다고 본다. 이들이 수십만 년의 무작위적인 반응을 거쳐 자기복제가 가능한 RNA나 펩타이드(단백질 구성물질)로 이어졌으며 그 뒤 단백질‧세포막‧DNA로 거쳐 생명으로 발전했다는 게 주류 이론이다.

 하지만 원시 지구 환경에서 생명을 만들려는 노력을 지난 60년간 해봤지만, 세포는커녕 유사품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결국 물질의 출현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탄생도 과학으로 설명이 곤란하다. 지은이는 생명의 시작도 파악하지 못했으면서 어떻게 진화를 거론할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

진화론에도 조상님들이 여럿 

 진화론도 흔히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은이는 '전혀 다른 생물이 공통의 조상에서 나왔다'는 주장은 이미 18세기 프랑스의 브누아 드 마이예가 제시했다고 본다. 그 뒤 『자연사』를 집필한 프랑스의 조르주 루이 르클레르와 콩트 드 뷔퐁 등 프랑스 계몽주의자로 이어졌다. 진화론의 수원지는 계몽주의인 셈이다.

 영국에선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에라스무스 다윈이 '생물의 개선된 특질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생물학자 장바티스트 라마르크도 비슷한 생각을 발표했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허튼은 다윈보다 65년 전에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을 설파했다. 철학적 논문인 ‘지식의 원리에 대한 고찰’에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계속 생존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영국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남미와 말레이 군도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윈과 함께 진화론을 설파했다.

협력이 진화를 촉진한다 

 지은이는 진화론이 결국 인간의 오랜 사유와 관찰이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과학과 철학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인간이란 종은 자신을 돌아보는 인식 능력을 바탕으로 신체나 유전이 아닌 정신적인 면에서 여전히 진화 중이라고 강조한다. 생물 진화과정에서 경쟁과 빠른 환경 변화가 종의 멸절을 초래하고, 협력이 종의 진화를 촉진한다는 지적도 울림을 준다.

 지은이는 우주의 탄생과 인간 진화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과학 연구의 축적을 정리하고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허점과 모순, 부족한 점을 치열하게 파고든다. 자연과학도 논쟁이 필요하다. 원제 『Cosmosapiens』. 9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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