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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식 염증난다" 10% 금리에 청년 200만 몰린 이유

중앙일보

입력

“청년희망적금 신청하려고 저번 주부터 달력에 날짜도 표시해놨어요. 은행 문 열자마자 가입하려고 알람도 맞춰놨죠.”

직장인 홍모(29)씨는 지난 23일 은행 영업 시작에 맞춰 청년희망적금 신청을 했다. 말 그대로 ‘오픈런’이었다. 그만큼 ‘확실한 이익’을 약속한 희망적금에 꼭 가입하고 싶었고 경쟁이 치열했다.

교사 최모(28)씨는 지난 9일 청년희망적금에 가입 자격 조회 서비스인 ‘희망적금 미리보기’가 시작하자마자 자격 조회를 했다. 최씨는 “미리보기 신청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3일이면 나온다는 결과를 8일 만에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이 21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5부제 가입 방식으로 출시됐다. 연합뉴스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이 21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5부제 가입 방식으로 출시됐다. 연합뉴스

200만명 몰린 가입 가능 조회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에 '청년희망적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에 '청년희망적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최씨처럼 상품이 출시(지난 21일) 되기 전 가입 가능 여부를 조회한 사람은 200만명이었다. 접수를 받는 시중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트래픽이 몰려 한때 접속이 지연됐다. 신청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출생연도별로 신청일을 나누는 ‘5부제’를 적용했기 때문에 그나마 혼란이 덜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융업계에서는 주식·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로 돌변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체감한 2030 세대들이 청년희망적금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1년에 10%의 이자에 청년들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적지 않은 청년들은 “그게 어디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홍씨는 “1년에 100만원 정도의 이자라도 확실하게 이득을 보는 것”이라며 “요새 다른 투자에서 그런 이익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주식·코인…희망적금이 ‘안전’”

2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87포인트(1.38%) 내린 2,706.65에 출발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87포인트(1.38%) 내린 2,706.65에 출발했다. 연합뉴스

직장인 이모(34)씨는 “4개월 전에 들어간 대기업 주식이 계속 분위기가 좋다가 저번 달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빚을 져 투자했는데 원금까지 손해 볼 수 없으니 급하게 뺐다”며 “이런 불확실성에 염증이 난다. 청년희망적금은 무(無)위험이라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주식과 코인에 투자 중인 직장인 박모(28)씨도 “비트코인에서 50% 정도 손해를 봤다. 그러다 보니 ‘역시 적금이 제일 안전하고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원생 박모(28)씨는 “주식시장이 예전만큼 호황이었으면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고려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자산 시장 상황 따라 관심 몰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청년희망적금에 가입자가 몰리면서 정치권도 반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가입 대상이 되는 데도 지원 인원이 한정돼 가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없도록 앞으로 2주간 신청하는 청년들의 가입을 모두 허용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오는 7월에 소득이 확정돼 청년희망적금 신청 대상이 되지 못한 지난해 취업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사회초년생도 청년희망적금 가입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상품 설계 때만 하더라도 주식 시장 상황이 좋아 청년희망적금 관심도가 높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예산을 감액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과 주식 등의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관심이 적금으로 돌아서 신청자가 몰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땜질 상품 아닌 ‘장기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청년희망적금에 신청이 몰린 이번 사례를 장기적인 청년 대책에 참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과 코인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며 목돈 만들기가 어려워진 현실이 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로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지영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특정 시점에 나왔다가 없어지는 상품은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며 “정부는 때마다 땜질식으로 상품을 만들 게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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