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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한국 정부도 적극 동참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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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4일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카르키프 지역의 군사기지에서 연기가 타오르고 있다. AFP 연합

24일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카르키프 지역의 군사기지에서 연기가 타오르고 있다. AFP 연합

러시아 제재 동참은 늦었지만 다행

국격에 걸맞은 국제사회 역할 기대

우려하던 사태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러시아군은 어제 새벽(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의 침공은 유엔헌장 등 국제법 위반인 동시에 냉전 종식 후 형성된 국제질서와 평화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도전 행위다. 조기에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제질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 편이 되고, 미국과 서방 자유민주 국가들이 또 다른 한 편이 되는 지구 규모의 신냉전 체제로 굳어질 수 있다.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조기 해결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중견국가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경제 제재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지나치게 소극적이던 입장을 바꿔 제재 동참 의지를 뒤늦게나마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엊그제 러시아 국책은행에 대한 금융 제재를 시작하면서 대러 제재에 동참한 나라들을 열거해 밝혔는데, 한국은 여기서 빠져 있었다. 정부의 신중한 자세는 남북 철도 연결사업 등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을 바라는 입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국적인 관점에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 정부가 대러 제재 동참이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만큼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동맹·우방과 함께 가혹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 공언한 데서 보듯 조만간 주요 공산품의 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엠바고)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요구를 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제품도 수출 통제의 주요 품목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첨단 기술의 비중이 높은 한국산 제품들은 제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마지못해 제재에 동참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는 북한 문제에 발목 잡혀 중국, 러시아의 눈치만 본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조치와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경제 제재 동참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난민이 대량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의료 지원 등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한 것으로 공인받은 나라다. 바꿔 말하면 국격에 부응하는 책임을 국제사회로부터도 요구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실질적인 G10 국가’가 됐다며 높아진 국가 위상을 자화자찬해 왔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