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관권선거 의혹 부추기는 대통령의 부적절한 군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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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선 13일 앞두고 판세 심상찮은 호남 방문

선거마다 개입 논란 … 이제라도 중립 지키길

3·9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을 방문해 또다시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15일 5년 가까이 가동이 중단돼 온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찾아 ‘재가동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길엔 전북지사·군산시장, 산업부·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민주당 신영대 의원 등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청와대는 “군산은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 GM 공장마저 폐쇄된 탓에 문 대통령에게 제일 아픈 손가락이었기에 직접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경내에서만 일정을 소화해 온 문 대통령이 유독 호남 지역만 콕 집어 현장 행보에 나섰으니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지역 현안에 대한 대응과도 사뭇 다르니 논란은 가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낙동강 하굿둑 상시 개방을 기념해 부산 을숙도에서 열린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영상 축사 메시지를 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도,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면에서도 문 대통령의 군산행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호남에선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약이 나오고, 윤 후보 지지율이 과거 보수 정당 후보들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텃밭이던  호남의 판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문 대통령이 군산 방문으로 반전을 꾀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걸 청와대는 유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4·15 총선 직전 코로나 위기를 이유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아 “가슴이 뛴다”고 말해 ‘관권 선거’ 의혹을 자초했다. 자신의 임기 중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큰 선거를 앞두고 개입 논란을 부를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니 유감스럽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 3선 현역 의원들이 선거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을 맡은 가운데 치러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관위원 7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까지 선거 개입 논란을 부를 행동을 하면 2년 전 총선 때처럼 ‘선거 불복’ 운동이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민주당 당적을 지닌 문 대통령은 2주일도 안 남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지방 방문을 자제하고, 엄정 중립을 지킴으로써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앙선관위도 청와대에 공명선거 협조와 선거법 준수를 요청해 대통령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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