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배훈천이 고발한다

혁명의 시간 왔다···복합몰이 일깨워준 광주의 진짜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2022.02.25 00:01

업데이트 2022.03.14 15:45

배훈천 광주 카페 사장

나는 고발한다. J’Accuse…!’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저는 이번 선거 진행되는 거 보고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판이 깔렸는데도 변화 없으면 포기해야죠.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버텨보려 했는데…. 못 버티죠. 이런 식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설거지하면서 생각을 다듬고 밀대질하면서 논리를 세워 혼을 담아 썼으니 읽어봐 달라며 내 칼럼을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 밴드'에 공유하자 달린, 비수처럼 꽂힌 한 광주시민의 서글픈 선언(댓글)이다. 광주복합쇼핑몰 유치 간담회에서도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광주 여대생은 "어머니가 장사를 하기에 보호해달라"며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또렷이 자기 목소리를 냈다.

관련기사

“복합쇼핑몰? 그딴 게 머시 중헌데! 복합쇼핑몰이 청년들의 구세주입니까? 그게 있으면 광주의 자긍심이 올라갑니까? 호남사람들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자존심도 없습니까? ”
고향을 등지겠다는 한 시민의 비장한 선언 앞에 더불어민주당과 토호세력들의 이런 격앙된 반응은 힘을 잃고 우스꽝스러워진다.

광주 북구에 사는 20대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광주광역시의 치부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지역 현안이 복합쇼핑몰이라는 키워드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전의 관행이나 정치, 행정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제시한 지금이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광주 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은 시민의 편익은 뒷전이고, 세력을 우선하는 정치행태와 지방행정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분노가 복합쇼핑몰을 통해 분출된 것이라며,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을 예로 든다.

비정상적인 광주 지하철 

“지하철 노선 문제도 복합쇼핑몰 못지않게 민주당 정권하에 시민단체와 교통회사가 담합해서 낳은 패악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광천터미널에 2호선마저 지나가지 않는다니요? 부디 지하철 2호선 지선을 통해서라도 정상적인 노선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30대 직장인은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을 규제하지만 결국엔 지역 토호들의 뒷배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을 내어놓는다.

지난 2017년 광주 시민단체들이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시위를 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2017년 광주 시민단체들이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시위를 하는 모습. [뉴시스]

“제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민주당과 지자체는 지역 내 소상공인 보호한답시고 지역 내 중견기업 쇼핑업체인 세정아울렛과 영암마트, 금호월드를 소상공인이라고 하는데 지역 기반 기업에 입점한 점포는 소상공인이고, 대기업 쇼핑몰에 입점한 점포는 소상공인이 아닌 건가요? 제가 근무하는 나주 혁신도시에도 처음에 이마트 들어온다고 하다가 결국 못 들어오고 하나로 마트만 빛가람에 3개, 지역 브랜드인 YH 마트만 엄청 많습니다. 이번에 또 롯데마트 들어온다고 했다가 롯데슈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지역 엘리트들은 유난히 대기업을 터부시한다. 이런 반(反)대기업 정서 때문에 유통 대기업들은 투자를 기피하고 그 빈자리를 중소기업형 업체들이 장악한다. 난립한 중소형 유통업체는 대기업보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소비자들은 더 싸고 편리한 온라인 쇼핑몰로 간다.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우산 아래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골목상권으로만 밀집하여 폐점확률을 높인다.

“돈도 못 버는 학생이나 취준생들이 쇼핑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쇼핑몰 타령이냐! 대형쇼핑몰이 들어오면 그 주변에 상인들이 피해 볼 것은 생각 안 하느냐!”

광주정신 내세워 입 막는 권력 

광주정신의 상징은 1980년 5월의 주먹밥이며, 이는 곧 상생과 나눔, 연대의 정신이라는 가르침을 설파하시는 광주 어느 노 천주교 신부님이 이렇게 호통친다. 광주 복합쇼핑몰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지역의 화두로 떠오르자 이용섭 현 광주시장을 비롯하여 강기정 출마예정자까지 나서서 복합몰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시민들이 민주당과 토호 세력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도 천명했듯이 ‘상생과 연대의 광주정신’이라는 도깨비방망이 앞에 대기업 복합몰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건 지자체장 선거에서 이슈될 수 있는 문제 아닌지…. 대선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건 좀 창피하네요. 광주의 격을 떨어뜨리는 느낌이에요.”

“대통령이 쇼핑몰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건 광주시장, 구청장이 생각해볼 일입니다. 정 그렇게 원하시면 광주시장 선거에서 말씀하세요.”

“쇼핑몰 유치해 준다고 대통령 뽑는다고 전국적으로 광주사람들 비난받고 웃음거리되고 한심합니다.”

이런 말만 되풀이한다.

지난 2015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 현장. [중앙 포토]

지난 2015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 현장. [중앙 포토]

복합몰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우려와 조롱에도 불구하고 대선정국에 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광주는 민간 대기업의 진출은 열악하지만,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는 두드러진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시아문화전당이 대표적이다. 건설에만 7100억원이 투입되었고 2023년까지 총 5조 2000억원을 투입한다지만, 매년 500억원 이상 영업 손실을 입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컨벤션센터도 있다. 최근에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146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김대중 제2 컨벤션 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광주 지배층은 이렇게 민간의 투자와 경쟁을 장려하는 대신 국책사업을 선호한다. 이처럼 국가주의와 도덕주의가 만연한 광주 현실에서 우스울 정도로 사소한 ‘복합몰’조차 지자체 선거를 통해서는 이슈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대선정국이기에 전국적인 비교를 통해서 이슈화가 가능했다.

지난 2005년 김대중컨벤션센터 개관에 이어 제2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또 짓겠다고 한다. [중앙 포토]

지난 2005년 김대중컨벤션센터 개관에 이어 제2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또 짓겠다고 한다. [중앙 포토]

“64년을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격한 공감을 가집니다. 대구에서는 강아지도 보수 깃발 들고나오면 당선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광주뿐만 아니고 대구도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대기업 하나 없는 대구의 현실. 광주가 겪고 있는 현실과 너무도 같습니다. 자기 그릇만 차면 민심은 뒷전인 정치꾼들. 이젠 우리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구에서 온 의견이다. 고인 물이 썩고 경쟁이 없으면 낙후된 도시가 된다는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적용된다. 그런 면에서 광주는 대구이고, 대구는 광주이다.

관련기사

광주 시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긴다.

신창동 사는 20대 여성 취업 준비생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부탁을 드리고자 이 자리(
간담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첫번째로 대선 이후로도 광주 언급 많이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한나라당 시절부터 국민의힘까지 무슨 자격이 있냐며 광주란 말도 꺼내지 못하게 비난하기 바빴던 생각이 납니다. 이러한 행태는 광주 발전을 위한 공약 경쟁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광주 정신이라는 성역화는 광주를 후퇴하게 만들었습니다.
두번째로 시민단체 카르텔 청산 부탁드립니다. 광주 정신을 받들어 광주의 편에 서있다는 분들이 광주를 편애하는 척 하면서 챙겨주는건 자기들밖에 없다는 방식으로 수십년간 광주시민들 가스라이팅 하고 피해의식 갖게 만들었는데요. 실상 시민들은 편애 받은 적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상황은 광역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운동권 시민단체 그들만의 잔칫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복합쇼핑몰 언급으로 틀에 박힌 광주 정치판을 광주 발전이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시고 성역화를 깨주셔서 국민의힘 여러분들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후퇴하고 있는 도시 광주 상황을 전국적으로 알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이상 발전도 없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광주가 더이상 고립되지 않도록 고이지 않도록 광주 발전,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앞으로도 눈치보지 마시고 자유롭게 광주 언급해주세요. 복합쇼핑몰 공약은 꼭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첨단1동에 사는 30대 직장인입니다.
현재 광주는 낙후되어있습니다. 비교적 같은 체급인 대전과 비교하면 대형백화점, 프리미엄아울렛, 주요 창고형마트 2개가 있습니다. 다 광주에는 없는 것들입니다. 굳이 대전이 아니더라도 천안이나 김해와 비교해도 광주의 인프라는 상당히 빈약한 수준입니다.
물론 사연없는 무덤은 없다고 호남도 여러가지 사업을 추진되었었고 다사다난 했었습니다. 허나 호남에서 추진된 사업 중 상당수는 민주당에서 반대해서 무산되고 보류된 사업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광주신세계 입니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제동을 걸었으며 굵직한 인사들이 반대의사 표명을 했었습니다. 물론 정의당도 그랬습니다. 결국 보류되고 이마트는 리뉴얼을 해버렸지요.
전주에서도 코스트코와 애코시티의 트레이더스 입점 시도도 시장과 시의회 차원에서 반대하였고 무산된바 있습니다. 순천과 여수도 각각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가 입점 하려다 지역정치권과 시민단체와 공방끝에 무산되었습니다. 심지어 여수의 한 정치인은 선거때 창고형마트 입점 저지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최근 이번 광주복합쇼핑몰 관련 반응을 보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이러한 기조는 아직도 변하지 않은것으로 보입니다. 광주정신을 거론하고 어디서는 가난한 자가 명품시계 차봐야 부자가 아니라고 하며, 누구는 광주에 5일장이 3개나 있다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근데 그 누구는 서울에 갔던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며 서울이 좋다고 합니다. 자기도 인프라가 좋은것은 아는 것이지요.
광주사람이라고해서 무슨 특별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다 같은 한국사람입니다. 그리고 광주의 니즈는 분명합니다. 광주가 광역시이고 대도시이자 호남의 중심지인 만큼 그에 준하는 인프라와 도시생활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복합쇼핑몰이 들어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경쟁력의 문제이며 청년인구 유출이 심각한편인 호남으로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걸 여지껏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 챙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서 국민의힘에게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광주지역의 주요 개발이슈 현안으로 송정역 부근 금호타이어부지, 전남방직 부지, 17년째 답보중인 어등산관광단지, 무등산 케이블카 등이 있는데 국민의힘에서는 향후 이 부분을 잘 챙기셨으면 합니다.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