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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 맞나' 서방언론 추궁에, 中 "당신들 이런 문화 혐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중국 외교부 란팅(藍廳) 정례 브리핑장에 내외신 기자들이 빈자리 없이 가득 메웠다. 신경진 기자

24일 중국 외교부 란팅(藍廳) 정례 브리핑장에 내외신 기자들이 빈자리 없이 가득 메웠다. 신경진 기자

중국이 24일 우크라이나 군사 공격을 강행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미국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러 관계, 미국 패거리와 질적 차이” #침략 여부에 “복잡한 역사 배경” 반복 #우크라 대사관 “차에 중국 국기 달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중국의 배후 지지를 받고 있다는 미국의 암시에 러시아는 이런 주장을 기쁘게 들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러시아가 양보하도록 촉구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는 중국중앙방송(CC-TV)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화 대변인은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독립 자주의 대국으로, 러시아는 자신의 판단과 그들의 국가 이익에 기반해 자신의 외교와 전략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시행한다”며 러시아를 옹호했다.

중국이 러시아 규탄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화 대변인은 “중·러 관계는 ‘비동맹, 비대항,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기초 위에 이뤄졌다”며 “이데올로기로 선을 그어 ‘소집단’ 패거리를 맺고 집단 정치, 대결과 분열을 조장하는 미국과 근본·질적으로 다르다.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냉전 사유와 소위 동맹과 ‘소집단’을 끌어 모으는 방식에 중국은 흥미도 없고 흉내 낼 생각도 없다”고 강변했다.

24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24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침공(invasion)’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미국 AP, 영국 로이터, 프랑스 AFP 삼국 기자가 이날 브리핑에서 끈질기게 러시아의 군사 행위를 침략행위 또는 유엔 헌장 위반으로 보느냐고 물었지만 즉답을 피했다. 화 대변인은 대신 “우크라이나 문제는 복잡한 역사적 경위가 있고, 정세 변화는 각종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정확하고 객관적 인식과 이성적이고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며 우크라이나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고 평등 상호 존중의 기초 위해 상호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미·영·프 기자의 추궁이 이어지자 화 대변인은 “당신들의 이런 문화 방식을 매우 혐오한다”며 “오늘 질문 방식은 몇몇 국가가 현재 중국을 대하는 사유를 충분히 보여줬다. 선입견에 치우쳐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중국은 줄곧 평화를 권하고 대화를 촉구했으며 이번 사태를 조성한 것은 중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화춘잉 대변인의 등장도 이례적이다. 화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로 승진한 이후 다섯 달 가까이 정례 브리핑에 나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자 전날에 이어 자오리젠(趙立堅), 왕원빈(王文斌) 대변인을 대신해 나와 외신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한편,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중국 교민에게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주우크라이나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개인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통지문은 교민을 향해 “집안에서 머물되 창문과 유리에서 멀리 떨어져야 의외의 상해를 피할 수 있다”며 “장거리 차량 이동 시에는 중국 국기를 잘 보이도록 걸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사상적으로 공황에 빠져서는 안된다. 대사관은 교민과 함께 힘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교민 철수 지원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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