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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과 달라…다들 싸우겠다 다짐" 교민이 전한 우크라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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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지난 크림합병 때와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이길 순 없어도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거주하고 있는 김병범 선교사가 24일 전한 현지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새벽(현지시간) 군사 작전 개시를 전격 선언하며 곳곳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혼잡한 수도 키예프의 도로 모습.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혼잡한 수도 키예프의 도로 모습. [AP=연합뉴스]

그는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키예프에선 많은 사람이 피난 가고 있고,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줄서 있다. 수퍼마켓에도 인파가 몰려 사재기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도로는 수많은 차량으로 꽉 막힌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선교사에 따르면 키예프에선 오전 한때 전화가 끊기고, 카드 결제에도 오류가 생기는 등 혼란이 일었다. 이날 BBC도 “키예프 도심에서 공습을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수시로 울리는 가운데, 고속도로는 도시를 탈출하는 차량으로 붐볐다”고 전했다.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차량을 이용해 폴란드 등 인접 국가로 넘어가거나 군사 충돌이 없는 교외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한 지하철역 안에 시민들이 대피해 있다. 이날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선언하면서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한 지하철역 안에 시민들이 대피해 있다. 이날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선언하면서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만 22년을 거주하며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과정을 지켜본 김 선교사는 “이번엔 2014년과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한 것이라 더 심각한 상황이지만, 주권을 지키고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러시아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항전 의지는 더 뚜렷하다”면서다.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흐멜니츠키주(州)에 거주하는 38세 여성 카테리나 체레파노바도 CNN과 인터뷰에서 “푸틴이 내세운 전쟁 명분은 미친 소리이고, 그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역사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이미 지난 8년 동안 전쟁을 해왔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지하철역 밖에서 시민들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50분을 기점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불안에 빠져있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지하철역 밖에서 시민들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50분을 기점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불안에 빠져있다. [AFP=연합뉴스]

아내가 우크라이나 사람인 김 선교사는 교회 성도들의 안위를 걱정해 아직 키예프에 남아 있다. 그는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대피 계획은 세운 상태”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현지 주재 공관원들을 제외하면 선교사 14명, 유학생 4명, 자영업자와 영주권자 46명 등 64명이 아직 머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포인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포인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정부는 지난 13일 0시를 기해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16일 이후로는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와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 인근 프셰미실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한국 국민의 육로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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