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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말나온 LG엔솔 복지…그뒤엔 '프로 댓글러' 권영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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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 게시판 내 '엔톡' 메인화면. [사진 LG엔솔]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 게시판 내 '엔톡' 메인화면. [사진 LG엔솔]

“사내 공모를 거쳐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부서로 배치해 달라. 그러면 회사와 임직원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사내 온라인 소통채널인 ‘엔톡(EnTalk)’에 올라온 이 회사 직원의 글이다.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잠시 뒤 이 의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직접 댓글을 달았다. 또다른 직원은 ‘바라는 리더상’이라며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주고, 불필요한 회의를 최소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자 권 부회장은 1시간쯤 뒤에 “제가 배워야 할 게 많다”며 그를 집무실로 초대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리더십, 직장생활 등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직원 소통창구 ‘엔톡’ 23일로 100일 

24일 LG엔솔에 따르면 권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LG엔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며 개설한 ‘엔톡’이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젊은 층) 직원들의 호응을 얻으며 활발하게 사내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권 부회장이 직접 대부분 댓글을 다는 데다 건의한 내용이 즉각 개선되는 걸 경험하면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엔톡 개설 첫 달인 지난해 11월엔 직원들의 게시글이 10건 정도 올라왔지만 12월 38건, 지난달 75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 회사는 엔톡 내에서 의견 교환을 통해 ‘사무자동화(RPA)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생산실적 데이터 가공, 고객별 매출 내역 조회 등 반복적인 작업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권 부회장은 곧바로 전담부서를 구성해 RPA 로봇이 자동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개선했다.

난임 휴직이 도입된 건 다른 기업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성 임직원들이 “육아 부담을 덜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권 부회장은 “모성보호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LG엔솔은 육아휴직을 2년으로 늘리고 임신 및 난임 휴직을 새로 만들었다.

엔톡 게시글의 내용도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직원들은 처음엔 ‘부회장님의 MBTI(성격유형검사)를 알려달라’ 같은 가벼운 글을 올렸지만, 요즘엔 업무 건의, 조직문화 개선 등으로 주제가 바뀌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여러 혁신 활동을 추진하면서 조직 간 장벽이 큰 장애물이었다. 근본적으로 실패를 통한 경험과 성장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 문화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 부회장은 “혁신에는 실패가 있기 마련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육아 부담” 호소에 난임휴직도 도입 

LG엔솔의 한 30대 직원은 “처음에는 형식적인 채널이려니 했는데 CEO가 매번 짧게라도 답글을 달고, 답변 완료·개선 진행·개선 완료 식으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의견을 내는 게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LG엔솔에 취임하며 특히 내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엔톡뿐 아니라 ‘행복한’ 조직문화를 위한 주요 과제를 발표하고, 대면 보고 대신 가급적 서면 보고를 하도록 했다. 신년 영상 메시지를 통해선 “앞으로 권영수님으로 불렸으면 한다”며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시켰다. 상사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공부하는 ‘리더학습일’도 도입했다. 평소 청바지 차림의 캐주얼한 옷도 자주 입는다.

LG엔솔의 직원 80% 이상이 MZ세대인 만큼 권 부회장이 취임 이후 기존 조직문화의 비효율적을 걷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게 주변 임직원의 전언이다. LG엔솔의 한 고위 임원은 “젊은 직원들이 업무 환경에 민감하고, 지난해 이후 공정한 보상에 대한 이슈도 워낙 컸다”며 “직원이 일을 하고 싶도록 회사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CEO의) 의지가 강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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