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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봐주지말라" 대놓고 압박한 美…한국도 결국 제재 동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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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대러 제재 동참을 요구했다. [AP=연합뉴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대러 제재 동참을 요구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전날 미국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동맹국 명단에서 빠졌던 한국은 미국의 고강도 압박 메시지 이후 입장을 바꿔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에서 "절충안(middle ground)은 없다"고 말했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강한 어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 긴장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러시아를 봐주는 것일 뿐"이라며 "여기서 침략자는 러시아"라고 단언했다. 양비론은 중립이 아니라 러시아 편에 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지지하면서도 러시아의 불법 군사행동을 제재하는 데 소극적인 나라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의 군사 행동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그동안 경고한 바를 확인시켜줬다면서 "나머지 유엔 회원국도 너무 늦기 전에 오늘 우리에게 닥친 위협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러시아의 위험을 경고한 회원국과 그렇지 않은 회원국을 구분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못 본 척 눈감는 것은 궁극적으로 더 큰 희생을 초래하는 길이라는 것을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준다"며 동참과 단합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방관자 자세를 끝내야 할 때"라면서 "러시아가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고립되고 외롭다는 것을 우리 함께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이날 발언 수위로만 보면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를 제재할 때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더 노골적으로 '누구 편인가'를 묻는 형국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면서 동맹과 연대를 중시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사업 '노르트 스트림2' 중단을 원치 않는 독일을 몇 달간 설득해 결단을 끌어낸 게 한 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서두에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러시아를 제재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국책은행과 푸틴 최측근 개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제재 여파로 유가가 올라 미국인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유를 위해서는 이를 감내해야 한다는 맥락이다. 이는 동맹과 연합해 러시아의 개전을 억지하려는 바이든 행정부 전반의 기류를 반영하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경제 제재는 동참 국가가 많을수록 효과가 커지는 특성이 있어 미국이 한국 등을 더욱 강하게 압박한 측면도 있다.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선임 국장은 NPR 인터뷰에서 "제재는 많은 국가가 단합해 수행할 때에만 진정으로 효과적"이라며 "푸틴은 서방 동맹들의 의지를 분열시키는 것을 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추가 제재 발표를 앞두고 미온적인 동맹의 참여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국방부 관리 등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몇 시간 안" "오늘 밤이 지나기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화상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만난 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러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이 동참 국가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기술이 들어간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칩 등 첨단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초강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릴 경우, 관련 기업을 다수 보유한 한국은 핵심 제재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는 이미 미국의 계획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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