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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넵 알겠습니다" 막내 너구리 뒤엔 엔씨의 ‘탈린저씨’ 도전 (숏 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넵! 알겠습니다.”
일단 대답은 했다. 하지만 뒤돌아서니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신입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그 생각. ‘…모르겄는디.’

출시 직후 3000장이 완판된 도구리 '넵' 티셔츠. 6차 재입고까지 진행됐다. 현재 품절. 사진 엔씨소프트

출시 직후 3000장이 완판된 도구리 '넵' 티셔츠. 6차 재입고까지 진행됐다. 현재 품절.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선보인 ‘도구리’의 캐릭터 스토리 중 하나다. 땡그란 눈이 매력인 이 분홍 너구리는 M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인스타툰 등으로 공감을 사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도구리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직장인 생존유형 테스트는 400만명이 참여했고, 막내끼리 애환을 나누는 공간 ‘막내클럽(막피아)’엔 30만명이 다녀갔다.

최근 엔씨는 ‘탈(脫)게임’ 사업으로 분주하다. 음악(피버), 웹툰(버프툰), 인공지능 야구 앱(페이지), K팝 팬덤 플랫폼(유니버스) 등 게임이 아닌, IP 사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상당수가 MZ세대 사용자를 겨냥했다. 새로운 IP를 키우거나, 리니지 같은 기존 IP를 새로운 콘텐트에 접목하는 방식. ‘린저씨(리니지를 즐기는 중년 남성 사용자)’ 중심인 사업 포트폴리오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도구리는 이 흐름을 잇는 캐릭터사업부의 첫 작품이다. 지난 7일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심보영(43) 캐릭터사업부 총괄 프로듀서(CP)를 만나 도구리 탄생 비화를 들었다.

하찮을수록 귀한 도구리 유니버스

엔씨소프트 심보영 캐릭터사업부 CP가 7일 판교 엔씨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구리 탈을 쓰고 있는 건 최근 신입 공채로 입사한 캐릭터사업부 직원. 심 CP는 "지금은 탈을 쓰지만, 이 친구와 도구리의 5년, 10년 뒤는 제 5년, 10년 뒤보다 훨씬 성장 가능성이 크고 멋질 거"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엔씨소프트 심보영 캐릭터사업부 CP가 7일 판교 엔씨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구리 탈을 쓰고 있는 건 최근 신입 공채로 입사한 캐릭터사업부 직원. 심 CP는 "지금은 탈을 쓰지만, 이 친구와 도구리의 5년, 10년 뒤는 제 5년, 10년 뒤보다 훨씬 성장 가능성이 크고 멋질 거"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도구리는 어떻게 탄생했나.
“게임 IP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회사가 2년 전 캐릭터사업부를 만들었다. 어느 게임의 어떤 캐릭터를 재가공할지 고민하다 ‘리니지 2M에 도둑 너구리 귀엽다’는 사내 게시판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도둑 너구리는 (게임에서) 레벨이 낮은 유저들에게만 보이고, 나뭇조각이나 천 쪼가리 같은 걸 툭툭 던지는 친구다. 하찮은데 귀여운 캐릭터, 이거다 싶었다. 시안 수백 개를 검토하고 지난해 지금의 도구리를 출시했다.”
리니지 2M의 도둑 너구리(왼쪽)와 이를 귀여운 캐릭터로 다듬은 도구리. 사진 엔씨소프트

리니지 2M의 도둑 너구리(왼쪽)와 이를 귀여운 캐릭터로 다듬은 도구리. 사진 엔씨소프트

사회 초년생 콘셉트인 이유가 있나.
“처음엔 콘셉트가 없었다. 외형만 다듬어 6개월 만에 휘리릭 출시했는데, 캐릭터는 공감을 살 수 있는 스토리와 친근함이 중요하더라. 도둑 너구리가 하찮은 물건들을 소중히 주워담는 모습이 뭔가…. 스티커나 마스킹테이프를 모아 꾸미기 좋아하는 요즘 세대와 닮아보였고, 지금은 저레벨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신입사원 콘셉트로 가게 됐다.”
도구리 SNS에 올라와있는 각종 '짤툰'들. 사진 도구리 인스타

도구리 SNS에 올라와있는 각종 '짤툰'들. 사진 도구리 인스타

리니지를 굳이 MZ세대 타깃으로 재가공할 필요가 있나.
“리니지는 1998년에 나온 IP다. 게임을 안 하거나 젊으면 리니지를 모른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 다른 채널로 소통해야 한다. 도구리도 젊은 직원들 아이디어만 반영해서 만든 캐릭터다. 우리 팀엔 ‘나이 든 사람은 아이디어 내지 말라’는 회의 원칙도 있다.”

“나이 든 사람은 아이디어 내지 말자”

원칙이 흥미롭다.
“나보다 경력이 오래된 실장님이 ‘나이 든 사람이 강하게 의견을 내면 모든 게 틀어진다’면서 세운 원칙이다. 우리 팀 아이디어 회의는 26~29세 직원 대여섯 명이 전담한다. 실행을 돕는 게 선배들 몫이다. 전략은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니까. 아이디어는 바텀업(bottom-up), 전략은 탑다운(top-down). 이게 팀의 모토다.”
20대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나.
“30대 초반까지도 가능하다. 캐릭터 사업의 핵심 소비자는 1030 세대이기 때문에 젊은 직원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실제로 나 같은 ‘고인물’은 생각 못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엔씨소프트 심보영 캐릭터사업부 CP가 7일 판교 엔씨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엔씨소프트 심보영 캐릭터사업부 CP가 7일 판교 엔씨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카카오 부럽지만 엔씨 IP만의 저력 커”

결국 카카오프렌즈 같은 국민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건지?
“나도 초반엔 카카오나 라인이 경쟁사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과거의 내가 창피하다. 서로 장단점이 다른 법인데. 카카오·라인이 대중적인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면, 엔씨는 그간 쌓아온 IP가 있다. 재해석 해볼 만한 괜찮은 캐릭터가 정말 많다.”
엔씨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란.
“모든 사람이 아는 캐릭터가 꼭 좋은 캐릭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알면 무난한 느낌이지 않나. 50대 아저씨들은 몰라도 10대 친구들이 좋아하는,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갖고 실생활에 종종 보이는, MZ세대가 사랑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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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막내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란? 엔씨의 신생 캐릭터하우스 ‘644 스튜디오’가 하려는 건? 심보영 CP가 “카카오·라인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신감의 근거는? 위 기사에 담지 못한 더 깊은 이야기는 중앙일보 팩플 홈페이지에서 인터뷰 풀 버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 원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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