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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뭉치 들고 안절부절…보이스피싱범 잡은 카페 주인의 촉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8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부천시의 ‘레드커피’ 매장. 사장 임승미(60·여)씨의 눈에 이상한 손님이 포착됐다. 양말만 신은 발을 동동거리며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30대 여성 A씨였다. 임씨는 A씨에게 다가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통화에 집중하면서 현금 뭉치가 들어있는 봉투를 살짝 보여줬다.

경찰 이미지.중앙포토

경찰 이미지.중앙포토

현금 뭉치 보는 순간 ‘보이스피싱’ 떠올라 신고

현금 뭉치를 보는 순간 임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종이에 “보이스피싱 같다. 돈을 주면 안 된다. 돈을 받으러 우리 카페로 오게 하라”고 적어 A씨에게 알렸다. 또 경찰에 “사복경찰관을 보내달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한B씨(20대)가 나타났다. 임씨는 B씨에게 “QR 체크해야 한다” “주문받겠다. 천천히 고르시라” 등 말을 건네며 시간을 끌었다. A씨와 B씨가 함께 탁자에 앉는 순간 경찰이 도착했다.

임씨의 직감은 맞았다.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전달책이었다. 부천원미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B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피해자였던 그녀, ‘피싱지킴이 1호’로

경찰 조사 결과 B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에게 검찰을 사칭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명의의 통장이 범행에 사용됐다”며 “금융감독원 직원을 보낼 테니 통장 속 돈을 모두 찾아 전달하라”는 수법이다. 이에 속은 A씨는 통장 속에 있던 510만원을 현금으로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임씨의 도움으로 피해를 면한 A씨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이미지.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이미지. 중앙포토

임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비슷한 피해 경험이 있어서였다. 그는 지난해 “1%대 저리 융자를 해 준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거액을 전달했었다고 한다. 곧 범인이 붙잡히면서 피해금을 모두 돌려받았지만, 피해 수법은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 임씨는 “A씨가 계속 통화를 하고 현금 뭉치를 보여주는 순간 ‘보이스피싱이구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며 “무엇보다 A씨가 피해를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임씨의 도움으로 범죄를 예방했다며 그를 ‘피싱지킴이 1호’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표창장과 신고보상금도 수여했다. ‘피싱지킴이’는 경기남부경찰청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검거에 기여한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경찰 관계자는 “누구나 주위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피싱지킴이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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