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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던 애, 대뜸 엄마에 주먹질…"ADHD 아닌 이 병 의심" [괜찮아, 부모상담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이는 소중합니다. 그런데 삶은 불확실하죠. 때문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구에게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일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위협이 얹어졌습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Hello! Parents와 함께 [괜찮아,부모상담소] 시즌 2를 연 이유입니다. 신의진 교수는 지난 1월부터 아이에 대한 고민을 가진 양육자를 만나 30분간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상담을 재구성한 콘텐트는 24일부터 연재됩니다. 신의진 교수의 [괜찮아,부모상담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사연 신청은 Hello! Parents 홈페이지를 구독한 뒤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메일(helloparents@joongang.co.kr)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분노 조절 못하고 산만한 우리 아이, ADHD일까요?  

저는 7살인 둘째 민준이(가명)에 대해 상담하고 싶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하던 일이 잘 안 되면 금방 화를 내며 손에 든 것을 집어 던지고 씩씩거립니다. 화를 내는 횟수도 늘고, 그 정도도 심해졌어요. 어른에게 버릇 없이 굴기도 합니다. 학습지 선생님에게 “수업하기 싫은데요?”라고 비아냥 댈 때도 있어요.
또 TV와 게임에 너무 집착합니다. 주말에 시간을 정해놓고 보게 하는데, 그외 시간에도 안 틀어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엄마가 뭔데 못 보게 하느냐”고 해요. 발을 쿵쿵 구르고 저를 주먹으로 때리는 행동도 합니다.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거 같아요.
타일러도 보고, 호통을 치며 훈육을 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돼 너무 힘듭니다. 제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도움을 받으려고 지난해 8월 아동상담센터를 찾았는데, 상담사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성향이 보인다고 했어요. 우리 아이, ADHD면 어떡하죠?

별 문제 없던 아이가 갑자기 산만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ADHD가 아니라 소아 우울증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비슷하거든요. 최근 소아 우울증 환아가 급증했어요. 코로나19 때문이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ADHD가 아닐까 걱정된다”는 김지희(가명)씨의 고민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게 ADHD의 대표적 증상인데, 소아 우울증 증상과 유사하다는 겁니다. 신 교수는 “ADHD는 어렸을 때부터 발현된다”며 “별 문제 없던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소아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우울증·스트레스 진료 받는 아동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신현영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 받아 재구성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2년 차인 지난해 상반기 우울증 진료를 받은 9세 이하 환자는 347명이었습니다. 2019년 상반기(276명)와 비교했을 땐 25.7%, 전년 동기(262명)보단 32.4% 증가한 수치입니다. 스트레스 진료를 받은 9세 이하는 2021년 상반기 1395명으로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2019년 상반기(1140명)에 비해 22.4%, 전년 동기(883명)보단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지희씨와 신의진 교수의 상담은 지난 1월 3일 줌을 통해 30분 간 진행됐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양육자 분들께 정보를 제공하고자 김지희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해 콘텐츠로 제작했습니다. 혹시 코로나19로 소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이를 ADHD라 오해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김지희씨와 신의진 교수의 상담 내용을 보면서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집중력 저하와 공격성, 소아 우울증 대표 증상 

신) 왜 ADHD라고 의심하시는 건가요?
김) 지난해 8월에 아동상담센터에 갔는데, 상담소 선생님이 ADHD라고 확언하진 않으셨지만 그런 성향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공격성과 충동성 등이 있다면서요. 놀이 치료로 다스리면 좋겠다고 해 곧바로 놀이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신) 병원이 아니라 상담센터를 찾아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 제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해 상담센터를 가게 됐어요. 아이가 ADHD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죠. 지난해 11월엔 ADHD 검사를 하러 집(충북 청주) 근처 대학병원을 갔는데 예약이 밀려 아직까지 대기 중이에요.

신) 제가 보기에 민준이는 소아 우울증 아닌가 싶어요. 우울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주된 요인이에요. 한창 활기차게 놀아야 할 시기에 집에 갇히면서 생긴 우울감을 TV 보고 게임하며 달래는 것 같아요.
김) 제가 느끼기에 민준이는 매우 산만하고 집중을 전혀 못해요. 예를 들어 문제집 풀 때 10분도 못 앉아 있어요. ADHD라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 아닌가요?
신) 소아우울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집중력 저하입니다. 불안감이 그렇게 표출되는 거예요. 김지희님이 불안하고 기분 나쁜 상황인데 누군가 가만히 앉아 뜨개질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요?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의 우울증과 소아 우울증의 차이가 이 점입니다. 소아 우울증은 산만해지고 때로 공격적인 행동이 증상이에요. 그래서 ADHD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ADHD의 대표 증상도 참을성이 없다든지,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몸을 너무 많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원인이 달라요. ADHD는 뇌 전두엽 부분의 억제 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죠. 그래서 어려서부터 그렇습니다. 뇌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그간 괜찮았다가 갑자기 산만해졌다면, 뇌의 문제라기 보다 외부적 요인에 의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커요.

☞신의진 교수의 [괜찮아,부모상담소] 상담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 뒤로 코로나 시대에 소아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때 양육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전체 기사는 중앙일보가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해 만든 Hello! Parent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의진 교수의 총평 및 솔루션

①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소아 우울증이 급등했어요. 최근 우리 아이가 부쩍 충동적이고 산만해졌다면, 소아 우울증을 의심해보세요.
② 센터 말고 병원에 먼저 가세요. 증상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의사는 아이들의 심리뿐 아니라 뇌 발달까지 보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나하나 확인하며 정확한 원인을 찾아냅니다.
③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땐 ‘치료자’가 되세요. 그 순간을 서둘러 수습하려 들지 말고 아픈 아이의 심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렇게 하려면 아이의 심리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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