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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고객 고르기'에 칼빼자…'기사도 고객'이라는 카카오T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가 택시 호출 앱을 통한 ‘사실상 승차 거부’에 칼을 빼 들었다. 기사가 택시 앱에 뜨는 목적지를 보고 승객을 골라서 태우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택시·모빌리티 업계에선 현실을 무시한 해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서울시 를 주행중인 카카오t 택시. 뉴스1

지난해 9월 서울시 를 주행중인 카카오t 택시. 뉴스1

무슨 일이야

23일 서울시가 공개한 ‘플랫폼 택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단거리(3㎞) 승객 호출 성공률은 66.4%로, 장거리(10㎞ 이상) 호출 성공률(81.8%)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이동시 택시 호출 성공률은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 장거리 호출 성공률은 54%였다.

서울시는 조사 업체 직원이 지난해 10~11월 카카오T 앱을 통해 841차례에 걸쳐 일반 택시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카카오T 앱에 목적지가 표시됨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며 “카카오택시 측에 승객 목적지를 구체적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사 앱에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개선방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거리별 택시 호출 성공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거리별 택시 호출 성공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 승차거부는 불법이다. 택시발전법 제16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반복되면 택시운전 자격도 취소한다.
하지만 승차거부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한 해만 서울시에 1699건의 관련 민원이 접수됐을 정도. 피크(출퇴근·심야) 시간대 장거리로 매출을 올리지 않으면 회사에 내야 하는 기준금(과거 사납금)을 맞추기 어려운 택시기사의 사정 때문이다. 개인택시도 마찬가지. 피크시간에 교통체증이 심하거나 외진 곳으로 나간 기사들은 ‘오늘 장사는 공쳤다’고 한다.

● 2015년 등장한 카카오택시는 이런 기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기사에게 콜을 배분할 때 목적지 정보도 함께 제공한 것. 길에서 단거리 승객을 태우지 않으면 처벌받지만, 앱에서 단거리 호출을 수락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 24만 4000명 택시 기사 중 23만명(2021년 6월 기준)이 카카오T 택시에 가입한 배경 중 하나.
하지만 택시 영업방식의 주류가 배회에서 호출로 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 2020년 앱 승차거부 민원은 234건, 갓등을 실제와 다르게 ‘빈 차’ 또는 ‘예약’ 상태로 표시한 민원은 1279건이었다. 서울시의 이번 실태조사는 더는 목적지를 보고 승객을 골라태우는 택시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서울시 택시 승차거부 관련 민원.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서울시 택시 승차거부 관련 민원.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카카오택시는 뭐래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 조사 결과에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조사 내용을 검토 중이며, 필요하면 회사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서울시의 문제의식엔 공감하지만, 해법엔 공감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크다.

① 승객만 고객? 기사도 고객! : 카카오T는 택시와 승객을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승객 수만큼 중요한 건 공급자, 즉 택시 수다. 지금 카카오T 이용자는 3000만명(2021년 3분기 기준)이지만 공급자가 줄어든다면 플랫폼 영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7년 서울시가 선보인 ‘지브로’가 대표적이다. 목적지 미표시 택시 호출앱이었지만, 승객이 이 앱을 깔아 택시를 호출해도 앱을 쓰는 택시 기사가 적어 운영 1년여 만에 중단됐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을 때 기사들이 앱을 아예 꺼버리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서울시 방침엔) 없다”며 “다시 길에서 택시 잡는 시절로 돌아가자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② 플랫폼의 대안은 인센티브 : 플랫폼 업계는 단거리 호출 문제는 기사에게 더 나은 보상을 제공해야 해결된다는 입장. 즉 기회비용 때문에 장거리를 선호하는 택시 기사의 수요를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0~3000원 가량 호출료를 추가 부과하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가 그 예다. 카카오T블루는 강제 배차이며 승객이 타기 전까지 목적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타다의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도 같다. ‘2021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카카오T블루가 나오기 전인 2019년 5㎞ 미만 단거리배차 성공률은 64.6%였다. 카카오T블루가 본격적으로 확장한 2021년 상반기에는 73.7%로 개선됐다.

단거리(5㎞) 승객 배차 성공률 변화.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단거리(5㎞) 승객 배차 성공률 변화.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③ 조사결과 믿을 만한가 : 서울시 조사결과에 대한 신빙성 문제도 제기된다. 총 841대 차량을 호출한 결과인데 전체 호출 건수 대비 표본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 지난해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총 2억 7404만건이다. 하루 평균 75만 건의 운행이 이뤄졌다. 모빌리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호출 플랫폼과 비교하거나, 평균을 내지도 않고 카카오T 앱만, 그것도 극히 일부 조사한 자료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모르겠다"며 "목적지만 가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택시 업계는?

택시 단체와 실제 택시기사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카카오모빌리티를 견제하는 법인 택시 관련 단체들은 서울시 주장에 찬성하는 편이다. 이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초기부터 목적지를 표시해선 안 된다고 건의해왔다”며 “승객 불편 해소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택시 기사들은 목적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기사가 나빠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공급보다 콜 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좋은 콜을 받아야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목적지를 완전히 가리는  미표시보다는, 좀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 이용건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서울시 택시 이용건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앞으로는  

모빌리티 업계에선 국가가 면허제로 택시 공급을 관리하는 현 규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택시는 국가로부터 여러 세금 혜택을 받는 대신, 요금이나 외관을 모두 규제 받는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물가에 비해 낮은 택시 요금이 기사들이 피크타임에 승객을 골라 태우는 상황을 만든 측면도 있다"며 "플랫폼 시대에 맞게 법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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