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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옆집'도 여기부터 터졌다, 500만 '내부고발자' 모인곳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올린 글. GH와 이헌욱 전 사장은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사진 원희룡 페이스북 캡처

지난 18일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올린 글. GH와 이헌욱 전 사장은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사진 원희룡 페이스북 캡처

최근 정치권을 달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른바 ‘옆집 의혹’의 출발은 ‘블라인드’였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이 여기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 커졌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지난 18일 SNS에 블라인드 글을 공유했고, GH 측과 이헌욱 전 사장은 “허위사실”이라며 반박했다.

‘정치의 계절’에도 위력 ‘직장인 대나무숲’

23일 블라인드 홈페이지. 사진 블라인드 캡처

23일 블라인드 홈페이지. 사진 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블라인드를 통해 공론화됐다.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같은 굵직한 폭로도 블라인드를 타고 알려졌다.

블라인드는 국내 500만 명이 넘게 쓰고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다. 회사 공식 e메일 등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 정보는 복구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직장인 대나무숲’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익명성이 보장돼 회사와 관련된 ‘내부 고발’이 가능하다. 회원들은 회사·상사 뒷말이나 관심사 등에 대해 이곳에서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간다.

지난 21일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탄원서를 (시청) 국·과장들이 서명하라고 돌리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공무원’으로 표시됐다. 이에 남양주시 관계자는 “시장님이 구속되면서 시정 마비와 행정 공백 등을 우려해 탄원서를 독려했다”면서도 “강요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몰라…공기업도 ‘쩔쩔’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익명성을 담보로 제기되는 ‘블라인드 發’ 폭로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3월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 당시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꼬우면 이직하던가”라는 글을 블라인드에 올려 LH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LH 측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글쓴이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최근 이 후보의 옆집 의혹 논란에 중심에 선 GH도 그런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모종의 ‘관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직원은 “이번 논란 때 관련 글이 많이 지워졌다. 누군가 (블라인드 글) 신고를 일부러 많이 해서 삭제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올라온 글에 대한 신고가 많으면 노출이 중단되는 시스템을 누군가 역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또 다른 GH 직원은 “부지런히 (GH 관련) 글이 지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GH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블라인드 글을 지우려고 하거나 못 쓰게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일부 기업은 전담 모니터링을 하거나, 블라인드 가입을 막는 식의 대응을 한다고 한다. 이선우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장(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은 “직원 불만 등이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기업 측면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소통 방식이나 새로운 윤리경영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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