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현장유세 보도 치중…국정비전 심층 취재는 안보여

중앙일보

입력 2022.02.24 00:02

지면보기

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김준영

김준영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2월 회의가 지난 22일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중앙일보 지면과 모바일 콘텐트를 날카롭게 비평하고 대안도 내놨다. 특히 칼럼 시리즈 ‘나는 고발한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대통령 선거 보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보도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21일 자에 ‘확진 10만이건 20만이건 겁먹지 마라…중요한 건 사망 숫자’ 제목의 서울대 의과대학 오명돈 교수 인터뷰가 실렸다. 또 22일 자 1면에 ‘하루 확진 27만까지 간다. 치명률은 독감 수준’, 3면에는 ‘오미크론 대확산…현재 400명대 위중증 환자 내달 초 2500명 수준’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국민이 지나치게 갖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적절했다. 또 하나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는 17일 자 1면 ‘확진 복지차관의 고백, 병원 연결 힘들어’였다. 정책을 펼쳐나감에 있어 현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차관이 깨달았을 것이란 생각에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았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8일 자에 ‘먹고 살기 힘든 대학생, 학비보다 생활비 대출 더 받았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의원실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기사인데 요즘 국가장학금 제도가 잘 돼 있어 학자금 부담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학자금 대출이 아닌 생활비 대출로 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데 조금 조심성 있게 기사를 작성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 보도 관련해선 지난해 12월 말, 1월 초만 해도 일본은 확진자가 거의 안 나오는데 우리나라만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고 비판 보도를 했는데 이젠 상황이 역전됐다.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담하고 차분한 자세로 독자들한테 내용을 전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15일 자 2면 ‘메달보다는 매너, 이상화의 눈물, 황대헌의 사과 이게 스포츠다’는 과거와는 달리 “메달을 못 땄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그냥 이걸로 만족해요.”라고 말하는 올림픽 참가 MZ세대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도했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현안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 경제 섹션에만 맡기지 말고 1면 등 종합면에서 많이 지적해야 한다.

올림픽 기사가 많았는데 스포츠면의 경우 선수 한 명의 기사를 거의 1개 면에 걸쳐 쓰는데 일부 선수에 집중된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서도 경기 장소를 지나치게 길게 쓴다든지, 피겨 스핀 점프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보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를 내용까지 기사화했다. 그래도 18일 자 ‘포상금 0원인데도 금메달 14개, 노르웨이는 즐겼을 뿐’이란 기사는 인상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사가 많았다. 상황 보도도 필요하지만 군사 전략적 측면이나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 등을 좀 더 분석적으로 싣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17일 자 ‘약물 먹은 한강 당뇨약이 1위’ 기사는 정확한 정보를 통해 처방 약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경각심을 일으켜준 좋은 기사였다.

18일 자에 ‘잇단 수백억 회삿돈 횡령 한탕주의 투자 광풍이 부른 그늘’ 기사가 있었다. 최근 발생한 거액의 회삿돈 횡령 사건을 통해 한탕주의나 범죄에 대한 낮은 인식 등을 지적하고 기업의 책임까지 거론한 유익한 기사였다. 다만 기사 마지막에 한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이 말은 기업 상장 기준을 강화하거나 필요한 경우 상장 폐지를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였는데 문장 자체로는 반대로 ‘상장 폐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왔다. 발언 취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민영

민영

▶민영 고려대 교수=‘나는 고발한다’ 시리즈가 시작됐다.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이런 기획은 상당히 중요하다. 다만 이 시리즈에서 고발의 주체와 고발의 주제를 어떻게 선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공감이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갈등이나 냉소감, 혐오를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상호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품격 있는 댓글을 쓴 독자에게 필진 참여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보도가 범람하는데 과연 결과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선이 얼마 안 남았지만 유권자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번 선거를 바라보고 있고,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여론 보도를 기획했으면 좋겠다.

독자위원회 이슈

독자위원회 이슈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다양한 패널과 세대들이 제공하는 오피니언 연재 ‘나는 고발한다’는 참 좋은 시도다. 특히 지금 우리 사회는 이슈는 난무하지만 이에 침묵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러한 담론의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대선 보도와 관련, 매일같이 후보들의 선거운동 현장을 보도하고 있지만 국민은 후보들이 당선되면 어떤 국정관을 가지고 국정에 임할 건가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원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정치·도덕관이라든지 경제·사회관, 외교·안보관 등 분야별로 각 후보의 국정관이 일관돼 있었는지, 앞으로 책임 있게 이런 국정관을 펼 건인지에 대한 심층 취재를 할 시기라고 본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올림픽 보도와 관련, 초반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과 우리 선수에 대한 팬심이 기사에 많이 드러났다. 개막식에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나온 것에 대해 7일 자와 9일 자 앞면에 반복해서 나왔고 특히 9일 자에는 3면부터 5면까지, 같은 날 오피니언 면 칼럼도 반복됐다. 시의성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이나 대선 등 중요 이벤트가 많은 가운데서도 16일 자에 가습기 피해자 사연을 1면에서 다룬 것은 좋았다. 언론이 잊힐 수 있는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주면 역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잊혀서는 안 되는 소수의 이야기를 지면에 조금이라도 반영했으면 좋겠다.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서울대 교수=위드 코로나와 관련, 언론은 정확한 과학적 사실을 보도하면서도, 선정적인 위험 과장을 피하고 시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게끔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사를 읽고 불필요하게 불안해지거나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다면 좋은 기사가 아니다. 7일 ‘너무 불안, 확진 확 늘었는데, 서울대 얼굴 보며 1박2일 새터’ 기사의 경우 비판하려는 기사인지 일상 회복을 주목하자는 관점인지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독자들의 시간을 뺏는 기사는 여전히 발견됐다. 4일 디지털에서 본 ‘노홍철 무슨 일…몸 박살났다, 구급차에 실려가’라는 기사와 역시 18일 디지털 기사 ‘서울서 가장 무서운 집…200에 25 관악구 월세방에 경악’은 중앙일보의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해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전통적인 강대국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루는 푸틴과 러시아의 입장은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문제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의미를 김정은의 생존전략, 한·미동맹의 강화 원동력 등의 사안들과 직접 연계시키는 칼럼이나 기사는 독자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우리 국민의 반중 정서는 만만치 않다. 올림픽 관련 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실리면서 ‘편파 판정’ ‘소탐대실’ ‘중국 체육대회’ 등과 같은 다소 자극적인 용어들이 기사 제목으로 등장했다. 국민감정을 전달한다는 차원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고, 독자 입장에서 가슴 시원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한·중 관계의 바람직한 미래를 고려한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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