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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민영이 고발한다

청년, 떡고물이나 받아먹으라? 공정 외치는 이유 모르는 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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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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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양극화나 불평등은 당장 해결할 수 없잖아요. 제발 ‘공정’만이라도 지켜달라는 거죠.”

지난해 4월 한 언론사가 MZ세대를 다룬 기획 기사 속 한 청년 인터뷰이의 말이다. 이는 2022년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공정론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청년 체감실업률 27%, 직업 교육조차 안 받는 청년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 22%, 편의점 이외에는 외출조차 하지 않는 은둔 청년 3.4%, 8년간 순 자산 35% 감소. 문재인 정부 들어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전락한 우리 청년의 현실이다.

결과만 기울어진 게 아니다. 좁아진 취업 문을 뚫기 위한 경쟁의 과정 역시 불공정했다. ‘7대 허위스펙’을 앞세워 명문대, 이후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입학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 사례부터, 대통령 간택을 받은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만 정규직화해 이런 행운을 누리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와 취업준비생 모두의 가슴을 후벼판 이른바 인국공 사태(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만 정규직화)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내 편 챙기기에 우리 사회 공정은 처절하게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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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칭 진보지식인이라는 친정부 인사들의 망언은 가뜩이나 답답한 청년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놨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를 규탄하는 청년을 향해 “번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면 수꼴 마이크를 들 일은 없었을 텐데”라는 정도의 막말은 예사였다. 심지어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유세 차량에 오른 청년을 향해 “얼굴 기억했다가 취업 면접 오면 떨어뜨려야 한다”는 위협을 가한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속한 진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조롱하고 앞길까지 막으려는 편향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기성세대가 실제 누군가의 취업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한다면 과연 우리 청년들은 능력과 실력에 의한 공정한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은 공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공정이 시대정신이 된 이유다. 우리가 아닌, 지금 권력을 쥔 기성세대가 공정을 화두로 만든 셈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청년들은 공정한 경쟁을 대차게 부르짖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세의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였던 박성민 씨의 청와대 1급 비서관 임명이라는, 화를 부르는 방식으로 화답했다. 또래 여성에게 고위직 하나 주면 청년의 분노가 수그러들 거라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다.

기득권인 문 정부 사람들은 누구와 경쟁해서 평가받을 일이 없다. 아니, 아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선 자격과 절차의 중요성을 이렇게 내팽개칠 리가 없다. 경쟁할 필요조차 없는 기득권이 갖는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그 한계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채 그저 시혜적인 입장에서 선심 쓰듯 나랏돈을 제 돈처럼 나눠주는 게 이 후보의 청년 정책이다. 실제로 이 후보의 8대 청년 공약은 청년 내 집 마련 꿈 실현, 청년 기본소득 도입, 청년 기본금융 도입, 청년 일자리 향상, 군 장병 지원 확대, 대학생 지원 확대, 청년복지 사각지대 해소, 청년이 결정하는 정책과 예산 등 하나같이 돈을 더 주거나 할당제를 시행하겠다는 것뿐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그런 공약이 정말 청년을 위한 울타리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작은 울타리 안에 청년을 가둬두는 게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거라 믿는 걸까. 그러나 그런 울타리는 보호라는 명목의 구속일 뿐이다. 시혜적 관점에서 주는 거나 받아먹으라는, 그렇게 평생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청년으로 남으라는 구속이다.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해서, 공모주 청약배정에 5%를 할당받는다고 해서, 청년의 삶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스스로 쟁취한 결실이 아니니 그 어떤 효능감을 얻을 수도 없다. 어른들이 주는 떡고물이나 기다려야 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우리 청년들은 원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좁은 울타리가 아니라 광활한 대지다. 그 대지에 일단 발을 디디면 공정한 기회를 얻어 양껏 뛰놀며 노력한 만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원한다. 그걸 모르는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고, 이 후보 역시 같은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

제대로 된 경쟁을 해보지도 않은 적잖은 386 세대는 "경쟁은 잔인하다"고 속삭인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우월성을 겨루는 행위 자체를 나치즘에 비유하는 목소리까지 있다. 청년에겐 경쟁이 아닌 평등과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정말 그런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경쟁은 역동의 근원이다. 또 성장의 근원이다. 우리나라는 강에 가면 연어가 뛰어오르고, 물려받은 뒷산 나무만 베 팔아도 온전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풍족한 국가가 아니다. 열심히 일해야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거짓 위로를 말하는 건 청년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국가가 청년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을 보호하고, 다시 일어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경쟁 그 자체를 터부시해선 안 된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지금도 이 후보는 "청년을 장관으로 만들어주겠다"며 청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공정한 방식의 자리 나눠주기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공약의 타당함이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우선 이 후보의 선대위에 실제 기회와 권한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의문이다. 당장 자기 조직에 속한 청년에게 기회와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대외홍보용 자리만 하나 내어주는 건 기만이다. 제2의 자격 없는 25세 1급 비서관을 만들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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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치는 건 가장 쉬운 일이다. 반면 진짜 광활한 대지에서 뛰노는 청년들이 낙오하지 않게 돌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건 정말 어렵다. 그러나 개개인에 있어선 자유에 기반해 성장을 경험하는 것만큼 커다란 효능감은 없다. 실수할 수도, 또 넘어질 수도 있지만 청년 스스로 일어서도록 지켜보는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이 후보에게 그럴 용기가 있을까? 가두어 통제하는 것 말고는 해본 적 없는 이들이 자유가 주는, 시행착오에 의한 성장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 청년들은 이런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23일 국민의힘 청년 정책을 비판한 홍서윤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의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