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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연합과 대화 나선 택배노조…택배파업 어디로 갈까

중앙일보

입력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대리점연합)이 23일 마주 앉았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은 23일 오후 3시 CJ대한통운 본사 농성장 앞 천막에서 양측 인사들이 5대 5로 만나 약 40분간 대화를 나눴다. 같은 시각 법정에서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를 상대로 낸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이 열렸다.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의 대화 물꼬는 트였지만, 파업과 갈등은 진행 중이다.

“파업 종결 위해 대화”라며 만났지만…

23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택배노조 파업 농성장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회장(오른쪽 두 번째)등 관계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택배노조 파업 농성장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회장(오른쪽 두 번째)등 관계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대화는 대리점연합이 전날(22일) 택배노조에 ‘대화에 응하라’고 요청한 것에 택배노조가 응하면서 이뤄진 자리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택배 종사자와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는 파업 상황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할 것 ▶대리점 연합은 노조가 전달한 요구안을 검토해서 오늘 저녁이라도 대화를 속개할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대화를 서로의 관심사를 듣고 향후 합의 일정과 장소를 조율하는 상견례 자리라고 설명했다. 대화에 앞서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장은 “원만한 협의와 빠른 복귀를 통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도 “최선을 다해서 파업 사태를 종결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아사단식’ 투쟁 3일째에 돌입한 진경호 위원장은 이날 대화에 참석하기 전 텐트 안에서 의료진의 청진과 문진을 받았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단식 3일째이다 보니 시간이 많은 게 아니라 서로 서두르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타 택배사와의 연대파업은 아직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농성장에서 김종철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회(왼쪽)과 진경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공식 만남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농성장에서 김종철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회(왼쪽)과 진경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공식 만남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 측은 이날 대화를 환영한다며 “고객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본사 점거와 22일 있었던 곤지암허브터미널 운송 방해와 같은 불법과 폭력 행위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노조와 대리점연합 측 대화의 결론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원청과 대화하겠다” vs “대리점이 사용자”

택배노조가 대화에 응하기는 했지만, 협상 상대에 대한 입장엔 차이가 있다. 대리점연합회는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이며 택배노조의 대화 상대 또한 대리점이라는 입장이지만,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대한 요구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사용자가 아닌 본사가 계약 관계도 없이 노조와 교섭에 나서면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노조 관계자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역할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며 “교섭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CJ대한통운도 참여했던 사회적 합의의 위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청이 분명한 입장이 있다면 대화가 진전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2시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마련된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에 적힌 당일 배송 원칙과 주6일 근무가 과로사의 주범”이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다음 주 가처분 결론…경찰 조사는 진행 중

택배노조 노조원들이 22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CJ대한통운 곤지암 택배터미널 진입을 시도하면서 각 지역 터미널로 물건을 보내는 간선 차량의 출차에 차질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택배노조 노조원들이 22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CJ대한통운 곤지암 택배터미널 진입을 시도하면서 각 지역 터미널로 물건을 보내는 간선 차량의 출차에 차질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파업에 따른 후유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리점연합은 앞서 쟁의권이 없는데도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80여명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개별 대리점에서는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CJ대한통운이 노조원 10명을 상대로 낸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이 열렸다. 본사 점거를 금지할지에 대한 재판부 결정은 다음 주 초에 나온다.

CJ대한통운은 노조의 기습 점거가 있었던 지난 10일 노조원 전원에 대해서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5명을 특정해 CC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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