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제재, 동맹들 줄동참…"푸틴 공세 계속 땐 큰 대가"

중앙일보

입력 2022.02.23 18:06

업데이트 2022.02.23 18:08

미국과 동맹들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병력을 철수하고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으면 더 가혹한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러 제재에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호주·일본·대만·싱가포르 등도 동참했다. 한국은 빠졌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군대를 보내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미국 주도 대러 제재 #일본·대만·싱가포르까지 동참…한국은 빠져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 연설에서 전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두 곳(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을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군 투입을 명령한 것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으로 규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날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침공으로 부르는 것을 주저했지만, 하루 만에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이웃 국가 영토에 소위 새로운 국가를 선포할 권리를 누가 자신에게 부여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뒤  "이는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며 국제사회로부터 단호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동참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원으로부터 해외 파병 승인을 받은 뒤 "지금 당장 군대가 그곳으로 간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두 지역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경우 군사 지원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침공을 부인하기 위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부터 러시아 국책은행 두 곳과 푸틴 대통령 측근인 러시아 고위층 인사에 대한 제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 VEB와 군사 특수은행인 PSB, 그리고 42개 자회사에 대해 미국 및 유럽 은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이들 기업의 미국 내 보유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은 이들과 거래할 수 없다.

또 서구 금융권에서 러시아 국채 발행 및 거래도 전면 중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러시아 정부를 서구 금융기관으로부터 끊어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는) 더 이상 서방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며, 우리 시장이나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채권을 거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구 금융권에서 러시아의 신규 자금 조달 길을 사실상 봉쇄했다.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올리가리히(과두재벌) 5명과 그 가족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의 미국 내 보유 자산은 동결된다.

하지만 이날 미국 정부가 발표한 제재는 국책은행 2곳에 국한돼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신속하고 혹독한 제재"를 즉각 부과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해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과 같이 바이든 행정부가 언급한 강력한 조치가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이건 침공의 시작이고, 우리 대응도 이제 시작"이라면서 러시아의 행동에 따라 대응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제재를 "1차분 제재"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공세를 계속하면 추가 제재를 포함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위 당국자는 "제재의 최종 목표는 억지와 예방"이라면서 키예프를 포함한 주요 도시 점령을 수반하는 대규모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푸틴이 전면 공격을 펼 경우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주요 제재 카드로 수출 통제가 꼽힌다. 고위 당국자는 "수출 통제는 우리의 잠재적 제재 대응의 핵심 요소"라면서 "러시아가 경제를 다각화하고 현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 기술 투입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강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반도체 칩 등 첨단 기술 제품의 대러 수출 금지를 동맹 및 파트너와 논의하고 있으며, 수출 통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들 제품 주요 생산지인 아시아 국가들에 제재 동참을 요구했다.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3개국은 공동 성명을 내고 첨단산업 경쟁에 관한 푸틴 대통령의 야심을 꺾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기술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국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국이지만 언급이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재 발표를 신호탄으로 동맹들은 그동안 조율해 온 대러 제재를 쏟아냈다. 캐나다는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내 친러 지역 두 곳과 금융 거래를 금지하고, 러시아 의회에서 두 지역 독립 승인에 찬성한 정치인을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러시아를 상대로 고위층 제재, 여행 금지, 금융 제재 등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러시아 정부나 정부 기관이 발행하거나 보증하는 신규 채권의 일본 내 발행 및 유통을 금지하고, 두 지역 관계자의 비자 발급 중단, 수출입 금지 방침을 밝혔다.

앞서 독일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심해저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 2'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영국은 푸틴 대통령 측근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로시야은행 등 5곳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영국 내 자산동결 및 영국인과 거래를 금지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4일로 예정된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이미 러시아가 침공한 마당에 침공을 막기 위한 회동은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그것은 여전히 옵션으로 남아있다"며 외교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행위를 거두고 긴장을 완화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을 넘어서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할 것을 우려했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그(푸틴)는 훨씬 더 들어가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가 돈바스를 넘어 서진(西進)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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