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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3승' 그가 또 국경 넘었다...전쟁만 하면 지지율 뛰는 푸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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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동부 진입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침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 반격에도 아랑곳 않는 그의 밀어붙이기 뒤에는 지난 세 차례의 전쟁 경험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러시아어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러시아어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원의 군대 해외파병안 만장일치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장 군대가 그곳(돈바스)으로 간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2015년 돈바스 지역의 분쟁 중단을 위해 맺은 민스크 협정에 대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이라고 규정하며 제재 조치에 돌입했다.

“푸틴 고민은 국내용 이미지뿐”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사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당시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사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당시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푸틴이 국제법 준수를 신경 쓰지 않은지는 꽤 됐다. 그가 진심으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건 자국 내에서 비춰지는 그의 이미지뿐”이라고 지적했다.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고쳐 '차르'로 군림하려는 푸틴으로서는 오는 2024년 대선 전 집권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높은 지지율 유지가 최우선 과제다. 군사행동 개시의 배경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알자지라)에서 찾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푸틴의 지지율은 69%.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 이후 6%포인트 올랐다. 결국 그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기름을 부은 건 국내정치적 요인이었던 셈이다.

강한 무력과시→지지율 상승 '공식' 반복

지난 2018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환호하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지난 2018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환호하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여기엔 과거 전쟁에서 체득한 ‘학습효과’가 작용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기존에 60%대였던 푸틴의 지지율은 80%대 이상으로 급등했다. 당시 유가 하락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곤두박질쳤지만, 러시아 국민은 ‘강한 러시아’를 보여준 푸틴을 지지했다.

푸틴은 21일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후 대국민 담화에서도 우크라이나를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가 강탈당한 곳”이라고 표현하며 돈바스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그가 내세웠던 ‘러시아계 주민 구조’와 ‘러시아의 역사적 유산’ 주장의 재판이다.

생존권 강조 조지아 침공과도 비슷

푸틴은 이번 결정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에 대응하는 ‘생존권 투쟁’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연례 기자회견에서 “서구 사회가 1990년대 동유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토는 뻔뻔하게 다섯 번이나 우리를 속였다.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게 왜 협박이 되는가”라고 강변했다.

2008년 8월 8일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막식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당시 러시아 총리가 조지 W 부시(가운데)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조지아를 공격했음을 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8년 8월 8일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막식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당시 러시아 총리가 조지 W 부시(가운데)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조지아를 공격했음을 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지난 2008년 조지아 침공 때와도 꼭 닮았다. 나토가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염원을 환영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하자, 나토 동진에 대한 러시아 내 반발 여론이 커졌다.

이후 조지아가 자국 내에서 독립하려던 친러 성향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대한 진압을 시도하자, 푸틴은 이를 명분으로 조지아를 침공해 5일 만에 항복하게 만들었다. 미국 등은 비난했지만, 러시아 국내에서는 그가 서방에 맞서는 강한 지도자로 부상했다.

당시는 공교롭게도 그가 3연임 금지에 막혀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권좌를 물려주고 총리직을 수행하던 때였는데, 이를 계기로 2008년 9월 푸틴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88%까지 올라가며 차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전쟁이 푸틴을 만들었다”

지난 2000년 2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 대행에 임명된 푸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00년 2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 대행에 임명된 푸틴. [로이터=연합뉴스]

애초에 정치 신인과 다름없었던 그가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전쟁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1999년 8월 7일 2차 체첸 전쟁이 발발하고 이틀 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그를 총리로 발탁했다. 푸틴은 이후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고, 2000년 2월 그로즈니 입성에 성공한다.

‘알카골릭(알코올중독자)’이라는 옐친의 별명으로 대변되던 약한 러시아와의 결별이었다. 덕분에 그는 그해 치른 첫 대선에서 당선됐다.

이와 관련 마이클 코프먼 미 해군분석센터(CNA) 러시아군 전문가는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무력을 통한 정치적 목적 달성에서 푸틴은 그 어떤 정치 지도자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얻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지역에서의 국지전 수준이지만, 수도 키예프를 노리는 전면전으로 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FP는 “러시아는 최근 조지아,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군사적 비용을 줄이고, 적은 사상자를 내는 모델을 사용했다”며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각종 무기를 보내고 있는 현 상황에선 (전면전 돌입시)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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