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와 예정됐던 양국 간 외교장관회담을 취소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드미트로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24일 만나 유럽 안보에 대한 각 측의 우려를 논의키로 한 바 있다. 단 그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서였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이날 라브로프 장관에게 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면서 “더는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대화로 풀고자 중재에 힘써온 프랑스도 러시아와 외교 회담을 취소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을 조만간 만날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르드리앙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오는 25일 파리에서 회동하려 했다는 게 프랑스 측의 설명이다.
이날 회견에서 르드리앙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스크 협정’과 같이 러시아가 국제사회와 했던 약속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등 4개국 정상이 2015년 체결한 민스크 협정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평화 정착 방안이 담겨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병력 투입을 명령했다.
미국은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제재에 이어 이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등 은행 2곳과 자회사 42곳에 대한 전면 차단 등 제제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