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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탄소배출 떠맡기는 ‘오염 외주화’ 더는 안 통해

중앙일보

입력 2022.02.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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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탄소중립 속도 내는 중국

한국이 겪는 미세먼지의 32%는 중국에서 온다. 지난해 1월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중국발 미세먼지 탓에 도심이 뿌옇게 보인다. [뉴스1]

한국이 겪는 미세먼지의 32%는 중국에서 온다. 지난해 1월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중국발 미세먼지 탓에 도심이 뿌옇게 보인다. [뉴스1]

지난해 연말 국내를 긴장시켰던 이른바 ‘중국발(中國發)’ 요소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차분한 복기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가을 중국에 전력난이 발생했다. 주요 원인은 국제 석탄 가격이 오르며 전력생산 단가는 오르는데 전력판매 단가는 고정돼 있어서 발전소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발전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별 탄소감축 목표를 할당하고 압박하자 지방 정부들은 석탄발전을 굳이 늘리고자 하지 않았다.

환경문제에 눈돌린 중국의 선택

이후 중앙정부는 전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가격체계를 유연하게 손봐서 전력생산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개선해 주고, 지방정부의 석탄사용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참고로 중국에는 사용 가능한 석탄이 1886억t이나 매장돼 있다. 2019년 중국이 생산하고(38억t) 수입한(2억3000만t) 양을 합쳐도 40억t 남짓이므로 중국에 석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중국이 석탄사용 감축을 추진한 이유는 대기오염에 대한 인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함이지, 석탄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이후 경제·정치·문화·사회와 함께 생태문명(生態文明)을 오위일체(五位一體) 건설 목표로 설정할 정도로 환경문제를 중시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 높은 한국의 딜레마
요소수 사태도 탄소 감축에 기인
미세먼지 갈등 등 상황 복잡해져
충격파 적게 공급망 다변화해야

중국은 이번 전력난 타개 조치를 전후해 부수적으로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의 해외 반출을 통제했다. 에너지를 전력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다른 부문의 생산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석유화학 부산물 중 하나인 요소수의 수출 통제로 한국 경제에 차질이 생길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화물차와 소방차가 멈춰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번졌지만, 다행히 양국 간 협의를 통해 당초 계약물량을 차질 없이 인도받기로 하면서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곧 봄이 오면 ‘중국발’ 미세먼지 얘기가 또 나올 것이다. 2019년 한·중·일 공동연구에서 한국이 겪는 미세먼지의 32%가 중국에서 온 것임이 확인됐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비중이지만 한국인은 미세먼지를 곧 중국과 등치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국의 한 매체가 체계적으로 조사한 반중감정 실태에 따르면 ‘황사·미세먼지 문제’가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요소수 사태도 중국발이었고 미세먼지도 중국발이지만 이 둘의 성격은 정반대다. 요소수 사태는 중국이 탄소감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미세먼지는 중국이 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요소수 생산 감축을 고집한다면 그만큼 미세먼지는 덜 날아올 것이고, 요소수 생산을 늘린다면 미세먼지는 더 많이 붙어올 것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결국 우리는 안정된 요소수 수급과 깨끗한 공기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셈이다.

‘네덜란드의 오류’가 말하는 것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자 한국은 화물차가 멈춰설 위기를 맞기도 했다. [뉴스1]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제한하자 한국은 화물차가 멈춰설 위기를 맞기도 했다. [뉴스1]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지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요소수를 생산하거나 요소수를 다른 데서 수입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양자택일의 딜레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요소수를 생산하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건 간에 발생하는 오염물질 총량은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오염물질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공기가 좀 더 오염될 것이고, 호주에서 발생한다면 호주 공기가 좀 더 오염될 것이다. 아무튼 지구적 차원에서 오염의 총량은 같다.

환경문제를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네덜란드의 오류(Netherlands Fallacy)’라고 부른다. 네덜란드의 환경이 깨끗한 이유가 실은 오염 발생 산업을 해외로 옮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 빗대자면, 우리나라의 대기가 중국보다 깨끗한 이유는 요소수와 같이 오염이 발생하는 품목의 생산을 중국에 맡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선진국들은 과연 탄소 소비도 적게 하는가? 그렇지 않다. 2020년 한 해 동안 EU 국가들은 중국으로부터 약 60억 유로 상당의 철강제품(HS코드 73)을 순수입했다(87억 수입, 27억 수출). 그만큼의 탄소와 오염을 중국에 떠맡긴 셈이다. 오염의 외주화다. 즉 우리가 체감하는 미세먼지 중 3분의 1은 중국에서 온 것이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중국이 다른 나라의 오염물질 발생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그 다른 나라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된다.

이렇듯 요소수와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한·중 간 경제·환경 관계는 이미 충분히 복잡하지만,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감축을 위한 공조를 시작한 것이다. 상당량의 탄소배출을 외주화한 유럽도, 그만큼의 탄소배출을 떠맡은 중국도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각 나라는 국가별 탄소 감축량(NDC) 목표를 약속했다. 중국은 2030년 탄소배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2018년 탄소정점을 지난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이에 더해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해 체계적으로 탄소배출에 대한 불이익을 줄 작정이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 심해지고 중국이 탄소절감을 급격하게 추진한다면 우리나라는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중국에 80% 이상을 수입 의존하고 있는 품목이 1850개이며 90% 이상 의존품목은 1275개다. 역시 같은 달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수입에 특화돼 있으면서 중국에 70% 이상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1088개 취약품목을 선별해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는 세 가지 이유로 올 수 있다. 첫째, 중국의 탄소절감 노력이다. 우리는 요소수 사태로 이미 예고편을 겪었다. 둘째, 정치·외교적 압박이다. 우리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중국도 그럴 수 있다. 셋째,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다. 우리는 2020년 초 중국이 코로나 셧다운을 시행했을 때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전기부품 하나를 수입하지 못해 자동차 생산라인 전체를 멈춰야 했다. 중국에 지진이나 홍수가 와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국산화’라는 쉬운 답안은 없어

우리는 이런 세 가지 상황에 모두 대비해야 하지만, 특히 중국의 탄소절감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탄소절감은 상수이지만 정치·외교와 자연재해는 변수다. 중국은 탄소절감을 하겠다고 공언했고, 그에 따른 정책을 체계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그럴 때 어떤 품목의 생산이 줄어들 것이며 그것이 우리나라의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우리 자신도 탄소 절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국산화’라는 쉬운 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답은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정책 공조, 국내 생산, 수입선 다원화, 탄소 배출량 거래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나올 것이다. 이러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NDC 목표 달성만을 추구한다면 경제와 산업 부문이 받는 충격으로 탄소 절감에 대한 반발(backlash)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중국이 겪은 전력 부족 사태는 우리가 겪을지도 모를 사태를 미리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통상·외교적 역량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어려운 시기가 닥쳐오고 있다.

탄소를 줄일 것인가, 소비를 줄일 것인가
탄소절감과 공급망 안전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할 마법은 없을까. 궁하면 통한다고 방법이 없지는 않다. 바로 기술개발과 소비절감이다. 탄소를 덜 배출하는 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할 수 있다면 중국과 우리나라가 직면한 딜레마는 사라진다. 그러나 그 길이 물론 쉬운 건 아니다.

탄소배출 3대장이라고 불리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산업은 촉매제와 연료로서 탄소 물질을 이중으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테면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하는 촉매제로도 석탄이 쓰이고 고로를 데우는 연료로도 석탄이 쓰인다. 즉 철강생산을 하려면 탄소배출은 필연이다. 최근 석탄이 아닌 수소를 촉매제로 사용하는 혁신적인 원리가 개발되긴 했지만, 포스코를 비롯한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마법은 소비절감이다. 우리가 전기와 물자를 아껴 쓴다면 탄소절감과 공급망 안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한데 이 방법은 기업의 매출액 감소를 뜻하게 되므로 인기 있는 정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하면 곧 소비절감과 같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는 인구감소의 긍정적 측면이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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