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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낯 뜨거운 비방, 이런 대선 TV토론 왜 봐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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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후보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연합뉴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후보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윤석열, 대장동 의혹 인신공격 난무

공약 재원 ‘어떻게’ 없고 성장 비전도 모호  

대선이 임박해 진행된 지난 21일 1차 법정 TV토론의 주제는 경제였다. 세 차례 토론 중 맨 먼저 다룰 정도로, 새 정부가 맞닥뜨릴 대내외 경제 여건은 간단치 않다.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 대책에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전 세계에 불어닥친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현안이 산더미다. 미·중 갈등에서 보듯 치열한 미래 먹거리 경쟁 속에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견인할 비전도 대선후보들로부터 듣고 싶은 대목이었다.

하지만 두 시간 TV토론을 지켜본 국민의 머릿속에는 낯 뜨거운 비방과 지엽적인 논쟁만 남았다.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양당 후보가 특히 이런 공방에 열을 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법인카드 횡령’ 의혹을 거론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 죽어” 등이 적힌 패널을 꺼내 들고 읽었다. 녹취록은 실체가 불분명한데도 “이재명 게이트란 말이 있다 한다” “허위사실이면 사퇴하겠느냐”고 말싸움을 이어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진실이 밝혀져야 하지만, 이번 토론은 먹고살 해법을 놓고 후보들의 식견을 들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 자리에서 “원래 생각 잘 바꾸지 않느냐” “근거 없이 음해하는 습관이 있다”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유세 현장에서 ‘히틀러’ ‘소도둑’ 같은 막말을 주고받던 양상을 재연했다. 네거티브전을 통해 지지층이나 부동층에 어필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국민이 왜 귀한 저녁 시간을 내 토론을 봐야 하나.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 토론 초반에 네 후보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이들의 손실을 적극 보상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수십조원의 재원 마련 방안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미래산업 경쟁력 구상 역시 후보들이 그동안 발표한 공약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후보는 공약이 국가 채무를 과하게 늘린다는 비판을 의식해 한국이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IMF 특별인출권(SDR)과의 차이도 모르느냐”는 시비만 낳았다. 윤 후보는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했다. 국민의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이나 연금 개혁은 별로 거론되지도 않았다.

후보들은 남은 두 차례 법정 토론에선 달라져야 한다. 특히 상대에게 답변 기회를 주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하는 등 기본 룰조차 지키지 않는 건 볼썽사납다. 설전을 벌이더라도 최소한의 품격을 보여야 한다. 오는 25일 정치 분야 토론에선 갈등의 정치를 해소하기 위한 협치와 권력구조 개편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다음 달 2일 사회 분야 토론에선 심각한 젠더 갈등 해소책과 수도권·지방의 균형 발전 등에 대한 실행 방안을 놓고 경쟁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