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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국제결제 비중 20위 못 드는데…‘기축통화’ 두고 시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1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적정 국채 발행 규모를 논의하던 중 “기축통화국과 비(非)기축통화국 차이를 아느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질문에 “당연히 아는데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튼튼하다”고 답했다.

‘기축통화’(基軸通貨·Key Currency)는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뜻한다. 국제적으로 통화 신뢰성이 높으면서 충분한 유통량을 가지고 있다. 무역 거래에서 결제수단으로 통용되는 미국 달러가 대표적이다.

비기축통화국 국가부채비율 증감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기축통화국 국가부채비율 증감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축통화국은 발권력을 활용해(돈을 더 찍어내) 부채를 갚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많아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 후보는 “우리도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높다”며 국채 발행 여력이 더 있다고 주장했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런 주장에 의문을 표하면서 국채 남발에 우려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라는 제목이다.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전경련은 이 자료에서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SDR은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을 뜻한다. 필요할 때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의 5개 통화와 교환할 수 있다. SDR 바스켓은 달러·유로·위안·엔·파운드로 구성돼 있다. 현재 편입 비중은 달러화 41.7%, 유로화 30.9%, 위안화 10.9%, 엔화 8.3%, 파운드화 8.1%다. 전경련이 제시한 근거는 ▶한국 경제의 위상 ▶IMF 설립목적과 부합 ▶세계 5대 수출 강국 등이다.

전경련의 바람대로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된다면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통화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기축통화 반열에 오른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국 국가부채비율 순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 국가부채비율 순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축통화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해당 국가의 경제력은 물론이고, 정치력·군사력까지 반영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결제 통화 비중은 달러화(39.92%), 유로화(36.56%), 파운드(6.30%), 위안화(3.20%), 엔화(2.7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화는 말레이시아 링깃(0.3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0.28%), 멕시코 페소(0.20%) 등에 밀려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이를 두고 22일 야권은 맹공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똑똑한 고등학생도 아는 경제상식을 모른다”며 “대선을 2주 앞두고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이라고 지적했다. 정책통인 윤창현 의원은 통화에서 “전경련이 IMF의 SDR 통화 바스켓에 원화 편입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에 썼는데, 이걸 기축통화 가능성으로 이해했다는 건 그야말로 IMF, SDR, 기축통화의 기본 개념뿐 아니라 추진, 검토, 필요라는 세 단어 뜻조차 이해하지 못한 참극”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말꼬리 잡기라고 반박했다. 채이배 전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하고, 재정 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고, 국가채무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국힘당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복지 확대 노력에 재정 건전성 운운하며 발목잡기 좀 그만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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