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홍서윤이 고발한다

장난같은 7글자…尹 후보님, '이대남'만의 대통령 원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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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 더불어민주당 전 청년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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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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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자신의 SNS에 이 일곱 글자 공약을 내놓았을 때 예고 글로 생각했다. 공약에 대한 상세한 후술과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게 전부였다. 장난처럼 제시한 일곱 글자 메시지가 국가의 한 부처 사활, 아니 그 부처가 돌보는 많은 사람의 운명이 걸린 대선 공약의 전부였다.

윤 후보 측은 일곱 글자 메시지 전략이 꽤나 성공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물론 국민의힘 믿음처럼 이대남을 겨냥한 전략이 ‘먹혔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이 단문 공약은 결과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후진적 정치의 증표가 되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나는 꾸준히 반(反) 여성주의 경향을 보여 온 국민의힘다운 방식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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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곱 글자의 등장 전만 해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성 유권자를 위해서도 무언가 고민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성과 제3지대 정치의 한 축이었던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씨의 윤 후보 캠프 합류는 페미니즘 진영뿐 아니라 경쟁하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도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꾸준해 목소리를 내온 인물인 만큼 기대를 품게 했다. 2019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든 범죄학자 이수정 교수(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 역시 소속 정당이 어디냐를 떠나 여성을 위한 역할을 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일곱 글자 공약의 등장과 함께 두 여성의 목소리도 국민의힘에서 삭제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청년, 미래의 시작'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청년, 미래의 시작'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대남이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듯 "우리 어머니 세대의 불평등과 성차별은 있지만 지금 2030세대에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다. 어머니도 여성이다. 그 어머니들은 여전히 현재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이 사회뿐 아니라 가정에서 경험하는 성차별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또 2030의 성별 임금 격차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2030 성차별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국민의힘 입장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중·노년 여성의 임금 격차 수준은 상당한데, 이런 문제는 국민의힘 관심 밖인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성 격차지수(GGI)는 158개국 중 10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남녀임금 중간값 격차에서도 대한민국은 28개국 중 꼴찌였다. 이런 성차별은 전 생애 주기를 관통하며 나타난다. 다시 말하자면, 세대 불문 성 불평등은 존재하고 구조적 성차별 역시 실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국민의힘이 말한 ‘어머니 세대의 성차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객관적 사실은 뒤로한 채 국민의힘은 일부 2030 남성들의 주장에 동조하며 차별받는 여성을 배려하는 여성할당제가 오히려 남성을 역차별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여성할당제는 이미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바뀐 지 오래이며, 이 제도를 통해 어떤 영역에서는 남성이 혜택을 받는다. 공무원 임용이 대표적이다. 2003~2011년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통해 추가 합격한 국가직과 지방직은 여성 1125명, 남성 636명이었다. 하지만 2012년엔 여성 43명, 남성 78명으로 역전됐다. 이러한 추세는 2019년까지 이어졌다. 2019년 이 제도를 통해 추가 합격한 남성은 235명, 여성이 74명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해 당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청년보좌역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해 당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청년보좌역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늘 함께 제기되는 이슈가 군 복무 문제이다. 군 복무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부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그 보상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징집은 국민에게 주어진 자유권을 박탈하는 인권 문제다. 남성들의 보상심리 발동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군인 인권 보장과 처우 개선, 복무에 따른 경력 인정과 보상을 논해야지, 이를 젠더 이슈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이대남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윤 후보는 왜 징집 인구가 줄어드는 현시점에서 군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술 기반의 군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모병제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지 모르겠다. 윤 후보를 제외하고 이재명·안철수·심상정과 같은 다른 대선 후보들은 모두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하며 일부 특정 세대 남성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갈등과 혐오만 부추겼다. 일곱 글자 공약이 이대남에게 영향을 미친 것만큼 이대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2030 남성은 환호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2030 여성은 한부모 가족 지원, 성범죄 피해자 보호, 위안부 피해자 권익 보호 및 증진, 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여성가족부의 업무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대안 없이 선동하려는 윤 후보 공약에 동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야기하는 정당은 아예 고려할 가치도 없는 논외라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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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주장처럼 역차별이 만연하다면 기존 부처나 제도를 제거하는 방식 대신 부족한 것을 채우는 성평등한 제도 마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으니 윤 후보의 행보가 시대를 역행하는 선동정치로 비치는 것이다. 두 갈래로 나뉜 국민에게 충분한 토론도, 장기적 대안도 없는 선언은 독약처럼 청년을 고사시킬 수밖에 없다.

홍서윤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청년 공약 비판 글에 이어 24일엔 박민영 국민의힘 청년 보좌역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비판 칼럼이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