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는 가혹하고 국민의힘에는 관대하다. 잘 이해가 안 된다.”
대선 D-15인 22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심 후보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민주당에 대해서는 (비판이) 지나치게 과하고 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지역화폐 지급을 비판한) 심 후보는 ‘경제는 흐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있다”며 전날 3차 TV토론에서 자신의 공약을 비판한 심 후보에 반격을 가했다.
그는 이어 “심 후보는 ‘증세가 정의’라는 일종의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갖고 있다”며 “(국토보유세 공약을 놓고) ‘세금을 걷는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동조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沈에 그간 미소로 답해온 李…3차 토론에선 ‘까칠’
이 후보는 3차 TV토론에서 심 후보와 감정싸움도 마다치 않았다. 심 후보가 자신의 부동산 감세 공약을 비판하며 “국민의힘의 부동산 정책이 옳았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 후보는 “다 틀린 건 아니다”며 발끈했다.
▶심 후보=“제 얘길 안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이 후보=“아니, 제가 답하게 돼 있다.”
▶심 후보=“(이 후보에게) 질문 안 드렸다. (고개를 돌리며) 윤석열 후보에게 묻겠다.”
▶이 후보=“아니, 질문하셨잖아요. 참나….”
이런 모습은 이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대화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안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포퓰리즘식 퍼주기 공약 사례’ 패널까지 꺼내 비판했지만, 이 후보는 미소를 띠며 차근차근 답했다. 이 후보는 “제일 (재원소요가) 많은 게 뭔가요”라며 관심까지 드러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열린 2차 TV토론에서는 “정의당이 가진 이상적 가치는 정말로 존중한다”며 심 후보를 치켜세웠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위성정당을 창당해 소수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한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정의당에 호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의 연장선 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3차 토론에서 이 후보가 보여준 변심에 대해 당 내에선 “지난해 말부터 정의당에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최근까지 비판만 돌아왔다. 이에 이 후보도 공세로 돌아선 것”(대표실 인사)이란 말이 나온다.
“정의당 위상 예전만 못하다”…진보성향 무당층 규합 나섰나
이 후보의 달라진 행보는 사전투표일(3월 4~5일)을 눈앞에 두고 진보 성향의 무당층을 적극적으로 끌기 위한 의도다.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2월 15~17일)에서 심 후보 지지율은 4%로 2017년 19대 대선 득표율(6.17%)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 12월 10%를 찍었던 정의당 지지율은 계속 하락해 4%로 내려앉았다. (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 캠프 인사는 “정의당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무당층으로 이동했다는 것”라며 “이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은근히 자극해 이 후보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경기도 출신 캠프 인사는 “이 후보가 ‘좌파’ 등의 이념적 단어로 심 후보를 비판하면서 실용을 중시하는 중도·무당층에 자신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평론가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 후보가 최근 ‘통합정부론’을 주장하면서도 심 후보에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은 정의당과의 연대가 중도·무당층을 끄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라며 “심 후보 역시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해 민주당과 이 후보를 계속해서 비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