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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인 집단학살" 사전포석…돈바스는 어떤 곳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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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영토 분리 독립을 승인한 동부 돈바스는 크림반도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들은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선포했다. 자신들도 크림처럼 독립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대치하며 산발적으로 교전을 벌이는 저강도 내전 상황이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포위를 시작하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된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와 루마니아처럼 (나토군의) 첨단 무기를 갖추고 돈바스와 크림반도에 군사작전을 개시하는 것을 상상해보라”며 러시아의 안보 문제를 제기했다. 러시아에게 돈바스가 크림반도와 함께 나토 동진 중단’을 위한 핵심 거점이란 얘기다. 크림반도는 합병 이후 최신 방공미사일 시스템인 S-400 미사일 포대가 배치되고 러시아의 흑해지역 영향력 강화 발판으로 활용되는 등 군사기지화 됐다.

친러 성향 강해…인구 20% 러시아 여권 소지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서부 지역이 유럽의 영향을 받아 유럽연합(EU)·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등 서구화된 것과 달리, 동부 돈바스는 친러 성향이 강하다. 지난해 돈바스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자치권 여부에 상관없이 러시아에 통합되기를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중 러시아인이 17.3%인데,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 비율은 30%가 넘는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지역 전체 인구는 400만 명이 채 안 된다. 도네츠크(230만 명), 루한스크(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이들 가운데 80만 명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해 이중국적자로 만들었다. 돈바스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포기하고 러시아 시민권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의 공식 통화인 흐리브나 대신 러시아 루블화를 사용하고,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가 공식 언어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7%를 차지하는 돈바스는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도시다. 도네츠 탄전을 중심으로 석탄 산업이 발달한 우크라이나 최대 광공업지대다. 이곳의 석탄·철광 산업은 한때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독립 승인에 앞서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이뤄지고 있다고 일방 주장을 펼쳤다.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무력 충돌, 시설 파괴가 잇따른다면서 이 지역 노약자와 여성, 어린이를 대거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이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한 ‘자작극’이라고 반박했지만, 결국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사실상 군사 개입에 들어갔다.

돈바스 지역에서 현재까지 친러 반군 세력이 통제해온 곳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21일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한 곳이 돈바스 전체인지, 반군이 장악한 일부 지역만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영토분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와 돈바스의 인구 경제 상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우크라이나와 돈바스의 인구 경제 상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제사회 "러, 추가침공 위한 구실 만들기"

그간 돈바스의 전쟁을 멈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2015년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 4개국 정상이 돈바스 지역의 정부군과 반군 간 분쟁 해결을 위해 해당 지역의 평화 정착 방안을 담은 '민스크 평화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국경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대가로 돈바스의 두 지역에 특별한 지위와 자치권을 부여했다.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EPA=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EPA=연합뉴스]

한편 미국 뉴욕에서 21일 진행된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의 평화유지군을 투입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강한 성토가 쏟아졌다. 린다-토마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푸틴이 민스크 협정을 갈기갈기 찢었다”면서 “(평화유지군 투입 결정은) 우크라이나를 추가 침공하기 위한 구실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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