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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컬링 선수, 英 돌아가 또 코로나 백신 주사기 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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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왼) 컬링 경기 중인 비키 라이트. [EPA=연합뉴스] (오) 현직 간호사로 올림픽에 출전한 비키 라이트. [사진 비키 라이트 트위터]

(왼) 컬링 경기 중인 비키 라이트. [EPA=연합뉴스] (오) 현직 간호사로 올림픽에 출전한 비키 라이트. [사진 비키 라이트 트위터]

 지난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각자의 종목에서 최선을 다 한 참가선수들에겐 하나의 커다란 마침표를 찍은 시기다. 올림픽의 달뜬 기억을 떠올리며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기거나 또는 다음 대회를 내다보며 새 출발을 다짐할 때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1200억원 가까운 수입을 벌어 들인 것으로 보도된 중국의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일린 구(19·중국명 구아이링)의 사례도 있지만, 모두가 올림픽에서 부와 명예를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훈련장이나 경기장 대신 곧장 생업으로 돌아가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여자 컬링 단체전 우승팀 영국(팀 뮤어헤드)의 비키 라이트는 귀국과 함께 컬링용 브러시를 내려놓고 코로나19 백신 주사기를 집어 들어야 한다.

간호사 출신으로 여자 컬링 금메달을 목에 건 라이트에 대해 베이징올림픽 뉴스서비스는 “지난 2년간 컬링경기장보다 병원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선수”라 소개했다. 스코틀랜드 포스밸리의 왕립병원 간호사로 근무 중인 그는 2019년 이브 뮤어헤드가 스킵으로 활약 중인 컬링 팀에 합류한 이후 병원과 컬링장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베이징올림픽 여자 컬링 영국대표팀 멤버 비키 라이트(정면)가 승리 직후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여자 컬링 영국대표팀 멤버 비키 라이트(정면)가 승리 직후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당초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줄여 파트타임 형태로 전환할 생각이었지만, 이듬해 초 등장한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팬데믹 상황 속에 방역 관련 업무량이 폭증하자 고심 끝에 라이트는 업무와 운동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컬링장으로 건너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상을 2년 가까이 이어왔다. 라이트는 “체력은 바닥났지만, 정신과 마음은 상쾌했다.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컬링으로 치유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팀 동료 뮤어헤드는 “라이트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보여준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면서도 팀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라이트의 희생과 노력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값진 보상으로 돌아왔다.

팀 뮤어헤드와 결승에서 맞붙어 은메달을 목에 건 일본(팀 후지사와) 선수들도 각자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다. 스킵이자 간판스타 후지사와 사츠키는 비시즌엔 보험설계사로 활동한다. 멤버들은 자동차 판매원, 의료법인 직원, 주유소 직원, 정형외과 간호조무사 등으로 일한다.

일본 매체 닛칸 겐다이는 “팀 후지사와는 일본에서 겨울올림픽 최고 스타지만, 경제적 보상은 미미하다. 올림픽 관련 수입은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제공하는 은메달 포상금(1인당 200만엔·2100만원)이 전부”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확정지은 뒤 동료와 포옹하는 후지사와(오른쪽). [신화=연합뉴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확정지은 뒤 동료와 포옹하는 후지사와(오른쪽). [신화=연합뉴스]

올림피언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겨울올림픽에 더 많다. 여름올림픽에 비해 경기력 유지비용이 높은데 주목도는 떨어지다 보니 운동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 스키·스노보드·봅슬레이·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설상(雪上) 종목 선수들 중에는 경찰 또는 군인이 유독 많다. 별도의 스폰서십이 없다면 국가의 지원 또는 혜택 없이 국제대회 출전, 해외 전지훈련 재정 부담을 견디기 힘들다.

종목 저변이 상대적으로 얇다보니 경력이 길지 않은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 깜짝 출전하는 경우도 잦다. 베이징에서 자메이카 국적 최초로 올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에 출전한 벤저민 알렉산더는 디제이 출신이다. 스키의 매력에 푹 빠져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정한 지 6년 만인 올해, 39세의 나이에 베이징에서 꿈★을 이뤘다.

39세에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자메이카 알파인 스키 선수 벤저민 알렉산더. [로이터=연합뉴스]

39세에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자메이카 알파인 스키 선수 벤저민 알렉산더.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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