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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골드버튼 딴 곽윤기 "뒷시점 '킹받아'…원작자 찾아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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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베이징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고 스타 곽윤기. [사진 브리온 컴퍼니]

베이징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고 스타 곽윤기. [사진 브리온 컴퍼니]

“와~ 꿈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곽윤기(33)는 지난 19일 자가격리 중 중앙일보와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이게 말이 되나요?”라며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말했다.

그는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최고 스타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대회 기간에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선수는 곽윤기라고 밝혔다. 앞서 곽윤기는 지난 16일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팬들이 “골드 버튼(유튜브 구독자 100만명 이상 채널 운영자에 주어지는 버튼)이라도 받게 해주자”고 의기투합했고, 곽윤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는 지난 17일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현재 125만명).

곽윤기는 “궁극적인 목표는 금메달이었어요. 꿈을 이루지 못해 갈증은 남아있는 것 같아요”라면서도 “올림픽 전에 라방(라이브 방송)을 켜면 많아도 600명 정도 들어왔는데 지금 4만명이 넘어요. 팬들이 구독으로 혼내주시는 걸까요”라며 웃었다. 팬들의 마음을 꽉 잡은 곽윤기는 별명 ‘깝윤기’답게 유쾌한 인터뷰를 이어갔다.

늘 유쾌한 깝윤기 곽윤기. [사진 브리온 컴퍼니]

늘 유쾌한 깝윤기 곽윤기. [사진 브리온 컴퍼니]

한 네티즌이 그린 ‘곽윤기 뒷선수 시점’ 그림이 화제가 됐다. 핑크 머리 곽윤기가 경기 도중 고개를 숙여 가랑이 사이로 뒤를 확인한 걸 패러디했다. ‘짤’을 처음 딱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아~ 킹 받네(열받다에 ‘King’을 붙여 만든 합성어로 ‘매우 화가 난다’는 뜻이지만 ‘너무 잘한다’는 긍정 의미도)란 생각이 들었어요. 잘 그린 것 같으면서도, 매기는(먹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 원작자를 만나면 ‘그려주셔서 감~사 합니다’라고 인사 해야죠. 이건 비밀인데, 원작자를 진짜 만나러 갑니다. 유튜브에 조만간 올라오는데 기대해주세요.”

한 국내 네티즌이 ‘곽윤기 뒷선수 시점’이라며 재미있는 그림을 올렸다. 분홍색 머리의 토이스토리 트롤 인형이 거꾸로 찍힌 사진까지 등장했다. [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한 국내 네티즌이 ‘곽윤기 뒷선수 시점’이라며 재미있는 그림을 올렸다. 분홍색 머리의 토이스토리 트롤 인형이 거꾸로 찍힌 사진까지 등장했다. [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남자 쇼트트랙 곽윤기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곽윤기 뒷선수 시점’에 유쾌하게 반응했다.[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남자 쇼트트랙 곽윤기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곽윤기 뒷선수 시점’에 유쾌하게 반응했다.[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12년 만에 은메달을 딴 남자 계주 결승에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18바퀴를 남기고 스티븐 뒤보아(캐나다)와 접촉이 있었어요. 얼음이 깊게 파인 골에 들어가면서 왼쪽 스케이트 날이 손상됐죠. 보통 그렇게 되면 순번을 바꾸거든요. (황)대헌이가 2번으로 온다거나. 근데 너무 경기 막바지 쯤이라 ‘견뎌야겠다’는 생각으로 탔어요. 9바퀴 남기고 인코스로 추월할 각이 보였는데, 왼발을 얼음판에 디디면 바나나를 밟은 것처럼 계속 미끌거렸어요. 자동차로 치면 타이어 하나가 터진 것 같았죠.”

키 큰 후배들 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시상대에 올라간 세리머니가 화제였다. 박장혁은 “윤기 형이 키는 작지만 저희에게는 크고 위대한 선배였다”고 말했는데.

“너무 고마웠죠. 기특하기도 하고. ‘내가 후배들에게 마음을 써줬구나. 서로 교감이 됐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황대헌 선수가 “윤기 형, 소개팅을 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나 잘 했으면 합니다. 하하.”

곽윤기가 후배들을 위해 준비한 한복 후드집업. [사진 한복 업체 인스타그램]

곽윤기가 후배들을 위해 준비한 한복 후드집업. [사진 한복 업체 인스타그램]

주차비 1000원도 나눠 내는 짠돌이로 유명한데, 후배들을 위해 한복을 ‘플렉스’ 했다고요.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 논란’이 있었는데 한복을 알리는 측면도 있나.

“임금의 옷 곤룡포를 재해석한 ‘용안 후드집업’을 준비했어요. 선수들 이름을 자수로 새겼고, 네임택에 시그니처 포즈 ‘뒷선수 시점’을 새겼죠. 선수촌에 들어가면 줄 예정이에요. 동고동락하며 너무 고생했다는 의미에요. 한복의 한이 담긴 옷이에요. 전에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복을 선물하니까 뜻 깊더라고요.”

올림픽 선수촌 방배정을 사다리 타기로 정하는 ‘민주적 방식’에 팬들도 열광했다. ‘이 시대에 적합한 리더상’이란 댓글도 달렸다.

“애들이 저랑 방을 쓰고 싶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어요. 하하. 한편으로는 ‘사다리 타기’가 놀이가 될 수 있고, 유튜브 (분량도) 뽑아야 하니까. 일석삼조 아니겠어요. 하하.”

시상대에서 BTS 다이너마이트 춤을 추는 곽윤기. [연합뉴스]

시상대에서 BTS 다이너마이트 춤을 추는 곽윤기.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 RM의 (편파판정) 위로에 보답하기 위해 시상식에서 ‘다이너마이트' 춤을 췄다. RM이 “윤기님 잘 봤다. 우리 윤기형(슈가 본명 민윤기)도 잘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제이홉도 “잘 추시더라. 너무너무 센스 있더라”고 했다. 무대를 찢었다고 생각하나.

“부끄럽네요. 퍼포먼스가 좋지는 않았지만, 춤을 춘 장소와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계인들이 보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대박 스타의 춤을 췄잖아요. BTS가 한국을 알리듯, 저도 다시 한국을 알린 것 같아요. 슈가님 본명도 ‘윤기’던데. 언젠가는 저의 존재를 알아주시길 기다렸습니다. 하하.”

BTS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회가 된다면 RM님을 비롯해 BTS 멤버들을 빙상장으로 모셔서 스케이트 고수로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BTS는 멤버가 많으니까 ‘아이돌 체육대회’에 계주로 나가실 수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되면 BTS를 보고 스케이트를 시작하는 분들, 꿈나무들도 많아지겠죠. 인프라 등 모든 면도 좋아질 수 있고요.”

이준서가 2010년 꼬마팬 때 곽윤기와 찍은 사진. 12년이 흘러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 올려 화제가 됐다.[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이준서가 2010년 꼬마팬 때 곽윤기와 찍은 사진. 12년이 흘러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 올려 화제가 됐다.[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대표팀 동료 이준서가 2010년 꼬마팬 때 곽윤기와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12년이 흘러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 올린 것도 화제가 됐다.

“준서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이 끝나고 저랑 기념 사진을 찍었다며 보여줬어요. 마치 제가 김동성 선수와 지금 스케이트를 같이 타고 있는 것과 비슷하죠. 쇼트트랙 인생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가 만난 거에요.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것과, 그 꿈을 함께 꿀 수 있어서 기분이 묘했어요.”

예능프로그램 섭외가 쇄도하고 있다. ‘아는형님’, ‘유퀴즈’, ‘돌싱포맨’ 등 벌써 5곳이 확정됐다고 들었다. ‘나혼자 산다’ 출연은 어떻게 되는건가. 

“파주에 가족끼리 사는 집이 있지만, 떨어져서 숙소에서 혼자 살아요. 출연 가능합니다.”

올림픽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곽윤기. [사진 브리온 컴퍼니]

올림픽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곽윤기. [사진 브리온 컴퍼니]

대세로 떠올랐는데 혹시 찍어보고 싶은 광고가 있다면.

“안 가립니다. 들어오면 감~ 사합니다. 어떤 콘티든 소화 가능해요. 샴푸 광고에서 두피를 괴롭히는 비듬 역할도 가능합니다. 치아를 괴롭히는 충치 역할도 가능하고요. 하하.”

팬들이 “라스트 댄스라뇨. 워밍업 댄스입니다”, "4년 뒤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올림픽)에서 보자”고 한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전 모든 분들의 기대치를 낮추는데 포커스를 맞추려고요(웃음). 4년 뒤 선수로는 못 가더라도 유튜버로 가서 쇼트트랙을 전파하기 위해 힘쓸게요. 참 올해까지는 스케이트를 탈 생각입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사진 대한체육회]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사진 대한체육회]

곽윤기의 베이징 5장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곽윤기의 베이징 5장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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