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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기축통화국” 발언…되레 전경련은 “한국은 非기축통화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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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적정 국채 발행 규모를 논의하던 중 “기축통화국과 비(非)기축통화국 차이를 아느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질문에 “당연히 아는데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튼튼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대한민국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국채를 발행해도 외국에서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는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뜻한다. 국제적으로 통화 신뢰성이 높으면서 충분한 유통량을 가지고 있다. 무역 거래에서 결제수단으로 통용되는 미국 달러가 대표적이다.

기축통화국은 발권력을 활용해(돈을 더 찍어내) 부채를 갚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많아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 후보는 “우리도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높다”며 국채 발행 여력이 더 있다고 주장했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같은 주장에 의문을 표하면서 국채 남발에 우려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자료는『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라는 제목이다.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전경련은 이 자료에서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했다.

SDR은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을 뜻한다. 필요할 때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의 5개 통화와 교환할 수 있다. SDR 바스켓은 달러ㆍ유로ㆍ위안ㆍ엔ㆍ파운드로 구성돼 있다. 현재 편입 비중은 달러화 41.7%, 유로화 30.9%, 위안화 10.9%, 엔화 8.3%, 파운드화 8.1%다. 전경련이 제시한 근거는 ▶한국 경제의 위상 ▶IMF 설립목적과 부합 ▶세계 5대 수출 강국 ▶국제 통화로 발전하는 원화 ▶정부의 원화 국제화를 위한 노력 등이다.

전경련의 바램대로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된다면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통화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기축통화 반열에 오른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해당 국가의 경제력은 물론이고, 정치력ㆍ군사력까지 반영된다. 현실적으로도 원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세계 2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결제 통화 비중은 달러화(39.92%), 유로화(36.56%), 파운드(6.30%), 위안화(3.20%), 엔화(2.7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화는 말레이시아 링깃(0.3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0.28%), 멕시코 페소(0.20%) 등에 밀려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특히 전경련 보도자료는 SDR 바스켓 편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바로 ‘한국=기축통화국’으로 연결짓기는 힘들다.

전경련 "SDR 편입 희망 메시지" 

전경련은 이날 이 후보의 발언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내고 "전경련이 이를 제안한 배경은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의 지위로서, 경제위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원화의 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원화가 SDR에 편입되어도, 원화베이스 국채수요가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비기축통화국 국가부채비율 증감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기축통화국 국가부채비율 증감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 17일 『비기축통화국 재정건전성 전망과 시사점』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미국ㆍ영국ㆍ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구분해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후보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의 증가 폭은 18.8%포인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 국가부채비율 순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 국가부채비율 순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보도자료에서 “한국은 발권력을 가지지 못한 비기축통화국이므로 유사시를 대비한 재정건전성 확보는 거시경제의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최근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저출산ㆍ고령화 등 장기적 국가부채 리스크도 상당한 만큼 재정준칙 법제화와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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