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설립 반대에 대구 기관장들이 본격 가세했다. '꼼수', '배신행위', '포항에 공장 굴뚝만 남기려는 것'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등장하는 분위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1일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설치는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 본사를 사실상 서울로 옮기려는 꼼수"라며 "지난 53년간 희생을 감내하며 포스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온 포항시민과 대구·경북 시·도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결연한 의지로 이를 막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대구시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포스코 본사 서울 이전 반대 결의문'을 낭독했다. 그는 결의문에서 "포스코홀딩스라는 지주사와 연구소를 설립해서 그 주소를 서울에 두겠다는 것은 마지막 남은 호적마저 파가서 포스코를 서울 수도권 기업으로 만들고, 포항에는 공장의 굴뚝만 남기겠다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 등 지역 기관장들도 서울 이전 반대 피케팅 퍼포먼스를 통해 포스코홀딩스 서울행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구 기관장들이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 반대에 가세한 것은 앞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 문제에 ‘대구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따른 움직임이다. 대구와 함께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치 문제를 공론화 해 나가는 등 포항 환원을 위해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지역혁신사업 협약체결 행사에서 “대구시, 대구교육청과 경북대학교 등 대구권 주요 행정기관과 대학이 함께 포스코지주사 서울설치 문제를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했다. 앞서 이 지사는 포스코가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안건을 가결한 직후 유감 입장을 표시하기도 했다.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문제의 당사자인 경북 포항 지역의 사회단체들은 오는 24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규탄하는 범시민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포스코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포스코가 22일까지 시민들이 요구한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24일 오후 2시 포스코 본사 앞에서 범시민 총궐기 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총궐기대회가 열릴 경우 3만여 명이 결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범대위가 30만 명 서명을 목표로 추진한 서명운동은 지난 19일 36만 명을 돌파했다.
강창호 범대위 위원장은 “총궐기대회는 지난 50년간 포항시민의 희생과 협력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지역사회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지주사 전환이라는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에 대한 분노이며, 최정우 회장의 안일한 향후 대응에 대한 규탄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지금도 서울사무소에 있는 그룹 전략본부가 지주사로 분리되는 것일 뿐 달라지는 건 없다”면서 “지주사 본사를 포항에 두자는 것은 명분일 뿐 경제적 효과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포스코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물적 분할 안건을 가결했다. 안건엔 지주사가 되는 포스코홀딩스를 다음 달 서울에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