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 등지에서 생산된 연간 50만 톤의 쌀이 국내로 수입되는 가운데 수입 쌀에 고독성 유기 비소(As)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민 건강을 위해 유해 물질 검사와 기준치 설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 난징농업대학과 독일 바이로이트대학, 호주 퀸즐랜드대학 등에 소속된 국제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중국과 세계 각국의 쌀에서 독성이 높은 DMMTA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중국 일부 지역과 미국·유럽 등지에서 생산된 쌀에서 이 DMMTA(dimethylated monothioarsenate)가 높게 측정됐다는 것이다.
DMMTA 오염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DMMTA는 비소(As) 원자에 메틸(CH3)기 2개와 황(S) 원자 1개, 산소(O) 원자 1개가 결합한 유기 비소의 일종이다.
비소는 1급 발암물질
지금까지 쌀에서 주로 문제가 된 것은 무기 비소였다. 무기 비소는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非)역치 발암물질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무기 비소에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장애를 일으키고, 방광암·폐암·피부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토양이 비소로 오염되면 벼가 이를 흡수하므로, 쌀에서도 비소가 검출된다. 국내외에서는 쌀(백미) 1㎏당 비소가 2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즉 200ppb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또, 유아식이나 어린이 식품에 사용할 경우 100 ppb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기 비소인 DMMTA는 비슷한 유기 비소인 DMA(dimethylated arsenate)와 달리 독성이 매우 강하다. 독성이 무기 비소의 3~1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쌀에서 DMMTA를 추출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산(酸) 추출법 대신 효소 추출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산을 사용해 추출할 경우 DMMTA가 독성이 낮은 DMA로 변하고, 독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이번에 확인했다. 쌀에 있던 DMMTA는 밥을 짓더라도 농도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쌀 DMMTA 농도 가장 높아
연구팀은 이런 효소 추출법으로 중국 내 논에서 채집한 103개 쌀 시료와 세계 6개 대륙, 16개 국가 시장에서 수집한 130개 쌀 시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국 내 103개 시료 중 14개 시료(13%)가 무기 비소 기준치 200ppb를 초과했다. 또, 모든 시료에서 DMMTA가 검출됐는데, DMMTA 검출 농도는 1.2~34.8ppb(평균 8.34ppb)였다.
무기·유기 비소를 더한 전체 비소에서 DMMTA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북동부가 11%로 가장 높았고, 동부가 6%, 중부 7%, 남서부 7%, 남부 5%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 시료 140개에서 측정한 무기 비소 농도는 18.3~220ppb(평균 97.6ppb)였고, 7개 시료(5%)가 기준치 200ppb를 초과했다. DMMTA 농도는 검출 한계(0.2ppb) 미만부터 최대 30.4ppb까지(평균 10.4ppb) 검출됐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를 통계 분석한 결과 DMMTA 농도가 DMA 농도의 30%로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다른 연구에서 발표된 다양한 DMA 측정값에서 73.8ppb이라는 DMMTA 최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북미에서 생산된 쌀의 평균 DMMTA 농도가 평균 25.7ppb로 가장 높았고, 유럽이 평균 18.9ppb, 아시아가 평균 5.01ppb, 아프리카는 평균 3.11ppb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북미 중에서도 미국산 쌀은 DMMTA 농도가 평균 29.3ppb, 중국은 평균 12.1ppb인 것으로 계산됐다. 중국산 쌀 중에서도 DMMTA 최대치가 20ppb를 넘는 곳도 드물지 않았다.
국내산 쌀은 DMMTA 농도 낮아
연구팀은 국내산 쌀의 경우 직접 분석은 하지 않았지만,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한국산 쌀의 DMMTA 농도가 3.59ppb인 것으로 평가했다. 전 세계 평균 10.7ppb보다 훨씬 낮았다.
현재 국내 연구진이 작성한 쌀의 DMMTA에 관한 논문이나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연구팀은 "무기 비소의 독성과 함께 DMMTA에 의한 독성까지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200ppb 비소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중국산 쌀의 경우 22%가, 전 세계 쌀은 11%가 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쌀을 이유식으로 사용하는 경우 기준치 100ppb를 적용할 경우 이 기준을 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물에 잠긴 논의 무산소 조건에서는 황산염 환원 세균이 무기 비소를 독성이 높은 DMMTA로 전환한다"며 "DMMTA 농도가 높은 쌀을 섭취하는 것은 사람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DMMTA에 대한 분석법을 확립하고, 독성에 대한 상세한 연구와 기준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쌀 49만 톤 수입
한편,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쌀은 모두 49만2836톤에 이르고, 이 중 미국에서는 33.8%인 16만6548.5톤(현미 12만6530.5톤, 정미 4만18톤)이, 중국에서는 40.9%인 20만1324톤(현미 19만6322.2톤, 정미 5001.8톤)이 수입됐다. 태국에서도 3만1494톤, 베트남에서 1만2500톤이 수입됐다.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수입량은 국내 생산량의 12.7%에 해당한다. 수출량은 5만2429톤이었다.
쌀 시장을 개방한 한국은 국내 쌀 농가 소득 보전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수입 쌀에 513%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매년 의무 수입량 40만8700톤에 대해서는 5%의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