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9·11테러처럼 장애 남겼다 "아이들 30% PTSD 시달려"

중앙일보

입력 2022.02.22 06:00

업데이트 2022.03.02 15:16

☞정운선 교수 인터뷰 전문 중 일부를 발췌한 기사입니다. 중앙일보가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해 만든 hello! Parents로 오시면 전체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0명 중 17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였어요. 자가격리한 아이로 좁히면 비율은 30%까지 올라가고요.

지난 15일 만난 정운선 칠곡경북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코로나19가 아이들에게는 쓰나미나 지진, 테러같이 깊은 상흔을 남기는 사건에 버금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시기,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주제로 연구한 결과를 모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발행하는 ‘임상 및 실험 소아학(Clinical and Experimental Pediatrics)’에 투고했다. 해당 논문은 3월 발행되는 학회지에 실릴 예정이다.

정운선 교수는 "코로나19는 아이들에겐 PTSD를 남길만큼 거대한 재해"라고 말했다. 대구=송봉근 기자

정운선 교수는 "코로나19는 아이들에겐 PTSD를 남길만큼 거대한 재해"라고 말했다. 대구=송봉근 기자

PTSD 하면 쓰나미나 테러같이 짧은 시간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 재해가 떠오르는데요, 코로나19가 그 정도였나요? 일상이 파괴되긴 했지만,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노출되진 않은 것 같은데.
9·11 테러의 경우 워싱턴 브릿지(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허드슨 강 다리)를 기점으로 뉴욕에 사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느끼는 충격이 달랐어요. 그런데 코로나19는 그 다리가 없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는 상황이잖아요.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할 수가 없는 거죠. 연일 미디어에선 확진자와 사망자를 생중계하고요. 사회적 공포감이 조성된 상황이죠. 그래도 어른들은 심리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당장 내 옆에서 걸리지 않으면, 힘겹게라도 평정심을 찾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죠. 심리적 거리감을 확보하는 건 어릴수록 더 어렵습니다. 코로나19가 아이 입장에선 충분히 PTSD에 시달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5만7948명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 중 16.9%의 아이들이 PTSD 증상을 보였는데요, 이 정도 수치면 심각한 건가요?
PTSD는 없어야 정상이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양보를 하면, 6~8%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봐줄 수 있어요. 그런데 17% 가까운 숫자가 나왔잖아요. 자가격리를 경험한 아이들로 범위를 좁히면 이 숫자는 30%까지 올라갑니다. 주목할 건 이 조사의 대상이 고등학생이었다는 겁니다. 더 나이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수치는 더 높아졌을 거예요.
아이들이 PTSD에 시달리는 건 왜일까요?
재경험이 계속되는 게 핵심입니다. 만 2년이 넘게 이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니 상처가 깊어지는 게 당연하죠. 가랑비에 옷 젖듯 말입니다. 그런데 그 가랑비였던 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기까지 하고요. 기억하시나요? 작년 이맘때 일일 확진자 500명이 채 안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 10만명까지 늘었죠.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도 원인입니다. 코로나19로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국가에서 어떻게 하라고 결정해주죠. 학교에 갈지 말지, 검사를 할지 말지도 다 정해줍니다.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건 PTSD를 부르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죠. 그나마 다행인 건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그렇잖아요. 이것마저 없었으면 더 높은 수치가 나왔을 겁니다.
아이들이 PTSD 증상을 보일 만큼 위협을 느끼는 줄 모르고, “마스크 제대로 안 쓰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고, 그러면 혼자 병원에 가야 한다”는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했어요.
양육자는 코로나19라는 위험 상황을 아이에게 인지시키고, 준비하게 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걸 텐데요, 절대 그래선 안 됩니다. 코로나19로 생긴 큰 문제 중 하나가 아이들이 세상을 위험한 것으로 인지하게 됐다는 겁니다. 나는 안전하고, 세상은 살만하고, 사람은, 그 사람이 설령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기본적으로 믿을만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성장해야 하는데, 세상은 위험하고, 나는 안전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가 되어 버렸어요. 이럴 때일수록 양육자의 양육 태도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부모에게서 독립할 수 있게 하려면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게 해선 안 됩니다.

한창 인터뷰 문답이 오가는 중간 정운선 교수가 갑자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이건 게임이고, 가장 잘 숨는 사람에게 탱크를 선물로 준다”고 말한 아빠 덕분에 아이는 유대인 학살이라는 홀로코스트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의 질문은 코로나19 상황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재해라는 점에서도, 양육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에서도 묵직했다.

이 기사는 이 뒤로도 PTSD에 시달리는 사람의 90% 이상이 겪는 우울증과 관련하여 소아 우울증의 특징과 코로나 블루로 인한 아동 학대 문제를 주제로 10여개의 문답이 더 이어집니다. 기사 전문은 중앙일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 세줄 요약

· 5만7900여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6.7%가 코로나19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가격리를 경험한 아이들의 경우 30%가 PTSD였다. 어린아이였다면 PTSD 증상을 보인 아이들은 더 많았을 것이다.
· PTSD는 90% 이상 우울증을 동반한다. 양육자라면 혹시 아이가 우울 증세를 보이진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소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달리 무기력하기보다 산만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양육자들이 우울증은 주의력결핍장애(ADHD)로 오해하는 이유다.
·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길 만큼 양육자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서 아동학대도 늘고 있다.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 학대도 아동학대다. 양육자라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이해하길 요구하고, 그렇지 못하다고 화를 내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전문은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