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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같은데 "아파트 맞바꿉시다" …이런 꼼수거래 급증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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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근 아파트를 맞교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최근 아파트를 맞교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아파트 맞바꾸실 분 있나요?"

세종시에 사는 A씨는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주택을 두 채 보유한 A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에 따른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받기 위해 '맞교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A씨는 "최근 대출규제로 거래가 뜸해 원하는 가격에 잡을 팔기 어려울 것 같다"며 "교환거래를 하면 취득세(8%)는 내야 하지만 양도세를 내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요즘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A씨와 같은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아파트 맞교환이 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교환거래는 상가나 땅 등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의 처분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거래에도 활용되고 있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이런 아파트 교환 문의 글이 증가하고 있다. 같은 지역, 비슷한 면적·층수·시세 등이 교환 조건이다. 거래의 목적이 집을 넓힌다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고 순전히 절세 목적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예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개업자까지 등장했다.

현재 세법에서는 기존 주택에 2년 이상 실거주한 규제지역 1가구 2주택자 가운데 신규 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 내 기존 주택을 매도할 경우 1주택자와 동일하게 12억원까지는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세법상 부동산 교환도 거래의 한 유형으로 보기 때문에 양도세 비과세 적용이 가능하다. 대신 신규 주택 취득일로부터 1년을 넘으면 기존 주택 처분 시 양도세가 중과된다. 지난해 9월 이후 대출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이런 꼼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는 1283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월 5945건보다 78.4% 급감했다. 월간 거래량 기준으로 2013년 1월 1213건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사실상 거래가 막히다 보니 시세보다 가격을 1억원 이상 낮춰 불러도 집을 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주택 보유자가 신규 주택 취득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 등도 영향을 준다. 겹겹으로 둘러싸인 규제 탓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환거래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파트 교환의 경우 거래 당사자들이 교환 가액을 정할 수 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B씨는 "시세보다 거래가를 높게 책정하면 경우에 따라 수익도 보고 양도세 비과세도 적용받을 수 있어 아파트 교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를 12억원에 거래한 것으로 계약서를 쓸 경우다. 2억원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더 내야 하지만 양도세 절감 효과는 이보다 더 크다. 하지만 거래가를 속이는 경우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로 조사대상이 된다.

가족 간 거래하면서 가격 크게 낮춘 편법도

박재형 국세청 자산관리국장이 3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에서 '대출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금수저 엄카족' 등 편법증여 혐의자 227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하고 있다. 증여성 거래도 사안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된다. 2022.2.3/뉴스1

박재형 국세청 자산관리국장이 3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에서 '대출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금수저 엄카족' 등 편법증여 혐의자 227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하고 있다. 증여성 거래도 사안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된다. 2022.2.3/뉴스1

편법 거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998건 중 19.6%(196건)가 '직거래'였다. 직거래 비중은 지난해 11월 9.4%, 12월 12.8%에 이어 2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직거래는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거래 당사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직거래 대부분이 가족, 친인척, 지인 등 특수관계자 간 증여성 거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규제로 인한 보유세, 거래세 부담이 크게 늘면서 아파트 매도 대신 증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양도세보다 증여세가 낮기 때문이다. 증여성 거래는 가격 하락기를 틈타 매매 가격을 낮춰 증여세조차도 줄여보겠다는 전략이다. 증여성 거래는 정부의 이상 거래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지만, 최근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거래된 의심 사례가 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각종 편법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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