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이 외식업 매출 15% 차지 “수수료 떼면 남는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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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눈이 내린 21일 서울 도심에서 배달맨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눈이 내린 21일 서울 도심에서 배달맨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외식업 전체 매출에서 배달앱이 차지하는 비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하지만 업주들은 매출이 늘어도, 수수료와 배달료 등의 부담이 커 달가워하지만은 않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신한카드 가맹점·소비자 데이터 등을 활용해 내놓은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매출은 10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3%가량 늘었다. 이중 배달앱 매출은 15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15.3%를 차지했다. 2019년 3.7%에서 2020년 8.0%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더 오른 것인데, 2년 새 4.1배가 됐다. 배달앱 매출액 자체도 2019년 4조원에서 약 4배 가까이 불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음식도 비대면 소비 성향이 퍼졌기 때문이다. 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들이 고객을 잡기 위해 단건 배달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을 벌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외식업주들은 매출 신장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배달앱 이용이 늘어난 만큼 배달앱에 지불해야 하는 판매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도별 외식업 배달앱 매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도별 외식업 배달앱 매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에서 2017년부터 카페를 하는 김모(38)씨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지난해 2배 가까운 매출을 거뒀지만, 손에 쥔 돈은 되려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배달 최소금액인 1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수수료와 배달비로만 4500원이 나간다”라며 “일회용품까지 더해야 하는데, 인건비·임대료를 빼고도 배달 비용만 전체 비용 중 절반이 넘게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8~10월 배달앱 이용 사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배달비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69.3%에 달했다.

정부는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3개 배달앱별 배달비를 조사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협의회와 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공개할 계획이다. 공개 품목은 일단 치킨과 떡볶이 두 가지고, 향후 품목을 확대한다. 이번엔 서울만 하지만 다음 조사 때부턴 경기도 일부 등 지역을 추가한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가격 정보를 개별 앱에서 확인할 수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배달비 관련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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