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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대학 운영했더니 버려야 할 정책이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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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최근 대학마다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또 다른 활용 방법에 주목했다. 대학의 운영과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려 한 것이다. 그 결과, 동국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IR·Institutional Research)’을 개발했다. 학교의 여러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고 정책을 수립한다. 그는 “가끔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와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을 만족시키려면 총장이 유연하게 본인 생각을 다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동국대가 제시하는 대학 모델에 대해 들어봤다.

윤성이 동국대 총장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학 운영에 활용하는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IR)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성이 동국대 총장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학 운영에 활용하는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IR)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IR이 무엇인가.
“대부분 대학 정책은 교수나 직원의 직관으로 결정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쓸모없어지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예를 들면 대학 취업 관련 프로그램이 100개가 넘는데, 각 프로그램이 취업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는 지금까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빅데이터에 기반한 IR로 분석하면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취업률에 기여하는지, 효과가 좋은지 알 수 있다. 기여도가 높은 프로그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취업 뿐 아니라 대학 행정, 민원, 학적 분석 등도 IR로 관리한다. 최근 IR 특허 출원을 마쳤고, 다른 대학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고 있다.”
기업의 소비자 분석 같다
“여전히 국내 대학은 공급자 중심이다. IR은 대학의 중심을 공급자인 교수나 학교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방법 중 하나다. 대학의 소비자는 학생과 같은 ‘교육소비자’뿐 아니라 대학에서 좋은 인재를 얻고자 하는 ‘인재소비자’가 있다. 대학은 이 두 부류의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
‘인재소비자’를 위해 뭘 해야하나.
“대학으로서 가장 비중이 큰 인재소비자는 기업이다. 우리는 기업이 직접 전공 과정을 설계하고 강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신 산업 수요에 맞춰 건설정보 소프트웨어(SW) 연계전공, 로봇융합 SW연계전공 등 다양한 SW 연계 전공을 운영 중이다. AI융합학부도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했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융합SW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소비자는 물론 인재소비자인 기업에 맞춘 친산업대학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동국대는 지난 2021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종합평가 9위에 올라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논문의 질(피인용)이 상위에 오르는 등 연구 부문의 성과가 순위 상승의 원동력이었다.

총장이 된 후 ‘연구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우수한 대학, 세계 명문 대학으로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연구 경쟁력 강화라고 본다. 연구 성과가 뛰어나면 대내외 평가가 좋아지고, 그러면 우수한 학생이 입학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교육이 가능해져 훌륭한 후속 연구자를 키울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때 대학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동국대는 연구 분야가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연구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집중 투자를 한 것이다.”
어떤 지원을 했나.
“연구부총장 제도를 신설해 학술과 연구 관련 조직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우수 연구업적에 대한 보상체계도 개선하고, 정부 사업 신청 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선행연구를 지원하는 ‘동국 그랜트(GRANT)’ 사업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고, 신규 수주액만 406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연구비 수주도 국내 ‘탑(TOP) 5’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 창업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의 재정에서 등록금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창업이다. 대학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이전 수익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이것도 결국 연구 경쟁력 강화와 연결된다. 연구 경쟁력을 키워 좋은 기술을 만들고, 그 기술 성과가 대학의 재정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학생 창업에도 강점이 있는데
“분산돼있던 창업 기능을 ‘창업원’으로 묶어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최초 창업휴학제를 시행한 대학이기도 하고, 창업 대체 학점 인정제 등 창업 친화적 학사 제도를 마련해 많은 학생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초기 청년 창업자에게 1억원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동문 파워가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있다.
“사학 명문은 동문 네트워크가 튼튼하다. 우리는 동문 네트워크와 함께 특징적으로 종단이 있다. 이 두 단체가 하나가 되어 대학 발전을 논의할 수 있도록 소통이 중요하다. 2019년엔 후원의밤 행사를 통해 280억원의 후원 약정을 받기도 했고, 매년 사립대 기부금 모금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기부금을 바탕으로 인재 양성, 연구력 강화, 미래 캠퍼스 구축을 이루려 한다.”
남은 임기동안 주력하고 싶은 것은.
“불교에서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남은 1년은 지난 3년보다 더 바쁘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성원들과 변함없이 소통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대학 행정을 통해 퇴임 후에도 모두가 기억하는 총장이 되도록 하겠다.”

윤성이 총장

동국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 일본 쓰쿠바대에서 석사,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래인재개발원장,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사찰림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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