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으로 47만 명 넘는 환자가 재택 치료를 받는 가운데 응급 대응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재택 치료 중 상태가 악화해 사망까지 이르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 과정을 효율화하고 코로나19 환자 응급 병상을 더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확진 후 증상 악화…정부 "재택치료 단계 사망 아니야"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주택에서 코로나19 확진자, 59세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A씨는 확진 후 집을 나와 다른 장소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사망 전 가족들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몸이 좋지 않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119에 신고했고, 119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기초역학 조사 등을 위해 보건소에서 18일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사망한 사건"이라면서 "재택치료 배정 전 단계기 때문에 재택치료 단계의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관리군 배정만 이뤄지지 않았을 뿐 확진자는 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간 격리하게 돼 있는 만큼 결국 재택치료 제도의 허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연락이 안 돼 환자 분류 자체를 못했던 상황에서 자택에서 사망한 경우"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할지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찾기 난항에 "응급의료체계 중 환자 이송 문제"
지난 18일 경기 수원에서는 코로나에 확진된 생후 7개월 된 B군이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19 구급대원은 신고 접수 뒤 8∼9분 내에 환자의 집에 도착했고, 이송 병원을 선정해 출발하기까지 총 20분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중증인 경우에는 응급 출동을 할 때 근처 다수 병원에 수용 요청을 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10여 군데 응급실에 동시에 수용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응급실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수원 아주대병원에 코로나 환자 관리하는 곳이 꽉 찼고, 최근 코로나 환자가 늘어 수원지역 내에서는 이송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17㎞쯤 떨어진 고대 안산 병원 병상을 확보해 이동했다"고 밝혔다. 15분에 걸쳐 이송해 병원에 도착했지만 B군은 DOA(도착 즉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손 반장은 "보통 30~40분의 지연은 나타날 수 있었는데, 시간 지연이 있었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병상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응급의료체계에서 가중이 있어 환자 이송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현재 열 나는 호흡기 환자 문의가 들어오면 80%는 못 받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 환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당분간 확산세가 더 될 텐데, 그러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병실 부족과 관련해서, "실제 코로나 환자가 아니더라도 발열 증상 있거나 외국에 다녀오는 등 가능성이 있다면 코로나 환자에 준해서 격리해 진료를 본다"면서 "한정된 공간을 다 같이 쓰니까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택 치료 체제에서는 개인이 충분한 약을 사두고 응급실 이용은 위급한 상황에만 이용해야 실제 급한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100명이 오면, 응급실에서 그 중 코로나 환자를 찾아내야 한다. 발열 등 의심 가는 사람들은 일단 다 감별해 내는 거다"면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열난다고 응급실로 간다면 격리 병상이 곧 그냥 꽉 차서 입구에서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1일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일반 응급실에 격리실이 차 있으면 확진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격리병실이 있는 응급실 정보를 소방본부와 실시간 공유하고 있는데, 일반 응급실보다 수가 적다 보니 (응급실에) 도달하는 시간이 늦을 수 있다. 그 부분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균 중수본 재택치료반장은 21일 브리핑에서 "119 출동 건수, 이송환자 수를 감안해 이송체계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소방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