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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원 자가키트, 정부 규제에 웃돈주고 6000원에 사는 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품귀 현상이 빚어졌던 자가 검사키트로 인한 혼선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검사키트 공급 차질을 막고자 온라인 판매 금지와 가격 지정제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 판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7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 판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000원’ 가격 지정제에 소비자 불만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3일부터 내달 5일까지 코로나19 자가 검사키트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약국·편의점에서만 6000원에 판매하도록 하는 규제책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내주(20~26일) 검사키트 2100만 명분을 약국과 편의점에 공급한다고 20일 밝혔다.

현장에선 자가 검사키트 물량이 풀리면서 우려하던 공급 차질은 일단 막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임모(43)씨는 “그제와 오늘 각각 20개가 더 들어와 재고는 충분하지만, 손님 몇 분이 5개씩 사가면 동날 수 있어 추가로 주문을 해뒀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주 황모(55)씨도 “하루에 10개 내외로 팔려 당분간 재고가 부족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을 획일적으로 정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안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의 검사키트 매입가는 3000~4000원대인데, 가격이 6000원으로 정해지면서 도리어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1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판매가를 고려해 가격을 결정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시민들은 정부가 가격 상한제가 아닌 지정제를 도입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동구 주민 강모(32)씨는 “사재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전까진 온라인에서 4000원 정도면 검사키트를 살 수 있었다. 물량이 풀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갔을 텐데 지금은 소비자가 부담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선인중학교 강당에서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새 학기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배포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소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선인중학교 강당에서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새 학기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배포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소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급 문제 해결해달라”…국민청원 올라오기도

주요 판매처 중 하나인 약국도 불만이 많다. 업계에선 정부가 자가 검사키트 원가를 공개하는 동시에 가격을 규제하면서 약국이 부당하게 이득을 가져가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1인당 판매 수량을 최대 5개로 제한하면서 검사키트를 소분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 등은 고려하지 않고 가격을 일방적으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러한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약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키트 대란이 일어나기 전 약국에서의 판매가는 대략 8000원이었다”며 “약국이 운영자금을 써가며 소분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을 포함해 ‘자가 검사키트 공급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은 21일 기준으로 3개 올라와 있다. 한 유통업자는 청원에서 “특정 업체가 검사키트를 독점 유통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검사키트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자 한 판매자가 이를 빌미로 주문을 일방 취소하면서 수수료 등 피해를 보게 됐다”는 소비자들의 청원도 게시됐다.

지난 15일 올라온 '약사만 부당하게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정책을 멈춰달라'는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15일 올라온 '약사만 부당하게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정책을 멈춰달라'는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현장과의 소통 부족”

정부는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등에서 무료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가 검사키트를 개인이 과다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적 물량을 우선 확보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급 차질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로구 안국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40대 심모씨는 “정부가 공적 물량을 비축해놓기보단 시중에 먼저 풀었어야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스크 대란 때부터 현장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규제부터 내놓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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