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자 터뜨린 安, 불쾌감 표한 尹…단일화 불씨 꺼졌나 살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이날 양 후보 측은 두 후보의 20일 통화까지 공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이날 양 후보 측은 두 후보의 20일 통화까지 공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제 길을 가겠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다음 날인 21일, 양측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양측은 두 후보의 전날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가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고, 안 후보는 ‘담당자를 정해 만나자’고 했는데,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결렬됐다고 해 다들 의아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은 “안 후보는 ‘너무 늦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윤 후보가 실무자 논의를 하자고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통화 직후 윤 후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더는 답변을 기다리거나 실무자 간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양수 대변인은 “윤 후보의 전화번호가 노출돼 매일 엄청난 양의 문자가 와서 문자를 다 못 본다”며 “안 후보의 선언에 대한 윤 후보의 (실제) 반응은 좀 더 셌지만, 종합적으로 말하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같은 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안 후보 측 인명진 목사와 주고받았다는 합의문 초안의 일부 내용도 공개했다. 성 의원은 라디오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가치 동맹’과 대선 승리 후 당 대 당 통합 등 합의사항이 포함됐다. 이 초안은 안 후보에게도 보고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무허가 협상”이라며 “안 후보는 당시 해당 초안을 보고받고 ‘대체 나를 뭐로 보길래…’라고 분노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17일 앞두고 단일화 논의가 엎어진 만큼, 두 후보의 결합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단일화 불씨가 막판에 살아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①불씨 꺼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단일화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저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안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주일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단일화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저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안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주일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야권 내부에서는 단일화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는 근거로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40% 안팎의 지지율인 윤 후보가 10% 안팎인 안 후보와 단판 대결을 벌이는 자체가 난센스”라며 “여론조사를 받을 확률은 0%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도 사석에서 여론조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반면 안 후보 측에서는 “논의도 하기 전에 국민경선 여론조사를 배제하는 것은 우리를 단일화 파트너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국민의당 관계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힐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양측의 해묵은 앙금도 변수다. 안 후보는 최근 야권 일각에서 ‘안철수 사퇴설’이나 ‘경기지사 대가설’, 선거비용 문제 등이 거론되자 “저급한 소설”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특히 연일 으르렁대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당 측은 단일화가 결렬된 20일에도 거칠게 충돌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당 유세 버스 사망 사고와 관련해 “불시에 돌아가신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느냐”는 취지로 지적하자, 국민의당 측은 “금수와 다를 바 없다”(신나리 부대변인)고 격하게 비판했다.

시간도 걸림돌이다. 전직 야당 의원은 “두 후보 중 한명이 극적인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투표용지 인쇄 전인 27일 전 단일화 성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윤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기 때문에 국민의힘 측에선 단일화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단일화하더라도 안 후보 지지층이 온전히 윤 후보로 이동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②불씨 살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1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가 막판에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1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가 막판에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경록 기자

반대로 단일화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일화 성사 여부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지지율 추이가 꼽힌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지금보다 더 커진다면 단일화 동력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두 후보의 격차가 줄어들면 단일화 논의가 막판에 불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도 “윤 후보와 안 후보 양측에 ‘정권 교체’라는 명분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 후보 간 담판 등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해소할 때 부각됐던 윤 후보의 ‘깜짝 회동’ 리더십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윤 후보는 12월 3일 울산에서 잠행 중이던 이 대표와 회동하거나, 1월 6일 국회 의원총회장을 깜짝 방문해 이 대표와 손을 맞잡는 등 예상치 못한 행보로 위기를 돌파한 적 있다. 이양수 대변인도 이날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사전투표가 사표가 되더라도) 본 투표 전까지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