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주문에 배달비 4500원"…정부, 치킨·떡볶이 배달비 깐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21 11:41

업데이트 2022.02.21 15:35

외식업 전체 매출에서 배달앱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하지만 업주들은 매출이 늘어도, 판매 수수료와 배달료 등의 부담이 커 달가워하지만은 않고 있다. 정부는 배달 수수료 등이 최근 외식 물가 오름세의 주범 중 하나로 보고, 이를 비교ㆍ공개하기로 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ㆍ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신한카드 가맹점ㆍ소비자 데이터 등을 활용해 내놓은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매출은 10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3%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보다는 6.6% 적은 수치다.

연도별 외식업 배달앱 매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도별 외식업 배달앱 매출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외식업 매출 중 배달앱 매출은 15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15.3%를 차지했다. 2019년 3.7%에서 2020년 8.0%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더 오른 것인데, 2년 새 배달앱 매출 비중은 4.1배가 됐다. 배달앱 매출액 자체도 2019년 4조원에서 약 4배 가까이 불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음식도 비대면 소비 성향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들이 고객을 잡기 위해 단건 배달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을 벌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외식업주들은 매출 신장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배달앱 이용이 늘어난 만큼 배달앱에 지불해야 하는 판매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만원 배달주문, 배달비로 4500원 나가"  

서울의 원룸 밀집지역에서 2017년부터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8)씨. 그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지난해 2배 가까운 매출을 거뒀지만, 손에 쥔 돈은 되려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늘어난 매출이 대부분 배달에서 나왔는데, 배달은 비용이 커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배달 최소금액인 1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수수료와 배달 프로모션 등으로 부담하는 배달비로만 4500원이 나간다”라며 “디저트에 일회용기와 포크 등 일회용품까지 더해야 하는데, 인건비ㆍ임대료를 빼고도 배달 비용만 절반이 넘게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8~10월 배달앱 이용 사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배달비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69.3%에 달했다. 적정하다는 답변은 9.0%에 그쳤고 보통이다는 응답은 21.7%였다. 외식업주들이 부담하는 주문 1건당 배달비는 평균 3394원이었다.

이에 대해 배달앱 플랫폼 측은 배달비용과 배달앱 수수료는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달앱 플랫폼 임원은 “배달비용에 그만큼 돈을 냈다고 하더라도, 배달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는 주문 금액의 6~7% 수준"이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수수료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입점업체 규모별로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하고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에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방지하고 입점업체와의 공정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ㆍ카카오ㆍ쿠팡 등 플랫폼 대기업이 반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ㆍ방송통신위원회 간 규제 권한 조율 등의 문제로 국회에서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온라인 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불공정 거래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장의 변화에 맞춰 최소한의 규제라도 신속히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떡볶이부터 배달비 공개

정부는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급격히 상승한 배달 수수료는 외식 물가 상승의 주요 이유 중 하나”(이억원 차관. 1월21일 물가관계차관회의)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의민족ㆍ요기요ㆍ쿠팡이츠 등 3개 배달앱별 배달비를 조사해 이르면 이번 주말 공개할 계획이다.

배달비가 비교 공개되는 음식 품목은 치킨과 떡볶이(분식) 두 가지다. 배달 거리별 수수료 정보와 함께 최소 주문액 등 주문 방식 차이에 따른 금액도 공개한다.

시범 조사를 통한 첫 공개인 만큼 대표적인 배달 음식인 치킨과 떡볶이의 배달비를 우선 공개하고 향후 품목을 확대한다. 지역도 이번에는 서울에 한정하되, 다음 조사부터는 경기도 일부 등 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협의회와 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배달비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배달비 관련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가격 정보를 개별 앱이나 업체에서 확인할 수 있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배달 수수료 공개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고, 배달 플랫폼이나 프랜차이즈 업체 간의 가격 인하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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