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주민 4만명 러시아로 대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 4만여명이 국경 너머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로 이동했다고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비상사태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지역인 도네츠크의 어린이가 20일 러시아로 가는 기차에 올라 밖을 내다보고 있다. 두꺼운 먼지가 덮인 차창에 하트가 그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비상사태부 수장 알렉산드르 추프리얀은 이날 기자들에게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주민들의 러시아 대피 상황을 설명하며 "난민들이 92곳의 임시수용소에 수용됐다"며 약 2000명의 난민은 인근 보로네슈주와 쿠르스크주로도 보내졌다고 말했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주민들이 러시아로 가기 위해 기차에 오르고 있다. TASS=연합뉴스

로스토프주는 전날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난민들에게 1인당 1만 루블(약 15만원)씩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휴대전화 심(SIM) 카드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한 여성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러시아로 가기 위해 기차에 올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로 떠나는 도네츠크 지역의 어머니와 두 어린 아들이 기차에 올라 대기하고 있다. TASS=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속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포했다. 두 공화국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여권을 받은 러시아 국적자나 러시아 혈통의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러시아 국적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친 러시아 지역인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민들이 20일 전쟁을 피해 러시아로 떠나기 위해 기차에 올라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볼고그라드로 간다. AP=연합뉴스

DPR과 LPR은 지난 2014년 독립 선포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해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진 와중에 지난 17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PR과 LPR 정부는 이후 정부군의 대규모 공격 위험을 이유로 관내 주민들에 러시아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로스토프의 임시 대피소인 체육관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어린이들. TASS=연합뉴스

이후 현지의 어린이, 여성, 고령자 등이 난민이 되어 집을 떠나고 있고, DPR과 LPR를 지원하는 러시아는 국경을 개방하고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DPR은 관내 주민 70만명을 러시아로 이송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타람추크 마을의 한 주민이 20일 포격으로 파괴된 집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포격이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