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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본 세상](24) 시진핑 이해의 키워드, 딱 3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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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필자가 지난 20년여 년 매달린 주제다. 지금도 매일 새벽 중국 뉴스를 체크한다. 어긋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근육질을 과시하고, 국내에서는 반중 감정이 깊어지고 있다. 한중 수교 30년, 양국은 멀어지고 있다.

그 중국 얘기다.

필자는 중국 이해의 핵심 키워드로 3개를 제시한다. 딱 3가지다.

첫째 '한자(漢字)'다.

중국인들은 5000년 전에 썼던 문자를 지금도 쓰고 있다. 갑골문 '大(대)'자는 지금도 '大'로 쓴다. 의미도 '크다'라는 뜻으로 같다. 문자는 사고를 결정한다. 문자에 담긴 5000년의 사상과 철학, 세계관이 고스란히 그들의 머릿속에 쌓여 전수된다.

화이(華夷)사상도 그대로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그 주변은 오랑캐(夷)로 본다. 지금 동아시아 질서를 보는 그들의 시각에도 중화DNA가 깔려있다. '한국은 한때 중국의 속국이었어.' 시진핑이 트럼프와 대화에서 했다는 말은 이를 보여준다.

중국은 현실 문제 솔루션을 과거에서 찾는다. 한자는 그 매개다.

동아시아 질서를 보는 중국의 시각에도 중화DNA가 깔려있다. '한국은 한때 중국의 속국이었어.' 시진핑이 트럼프와 대화에서 했다는 말은 이를 보여준다.

동아시아 질서를 보는 중국의 시각에도 중화DNA가 깔려있다. '한국은 한때 중국의 속국이었어.' 시진핑이 트럼프와 대화에서 했다는 말은 이를 보여준다.

둘째 '아버지 공산당'이다.

중국공산당이 설립된 건 1921년이다. 그 당이 혁명을 통해 1949년 건국한 나라가 바로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이다. 당이 아버지라면, 국가는 아들인 셈이다. 행정, 기업, 학교, 협회 등 각 분야에 당 조직이 실핏줄처럼 퍼져있다. 부처님 손바닥이다.

얼핏 보기에 기업은 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속은 다르다. 기업이라는 '새(鳥)'는 당이 쳐놓은 새장(籠) 속에서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조롱경제(鳥籠經濟)'다. 훨훨 날고 싶어 그물을 벗어나려 한다면, 아웃이다. 기세등등 마윈(馬云)도 단칼에 맛이 갔다.

'아버지 당'은 '아들 국가'를 손아귀에 쥐고 통제한다. '당-국가(Party-State)시스템'이다.

셋째 '돈 귀신'이다.

중국어에 '돈만 있으면 귀신으로 하여금 맷돌을 돌리게도 할 수 있다(有錢能使鬼推磨)'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돈을 좋아하고, 쫓는다. 14억 중국인들이 돈을 향해 뛰고 있다.

그 중상(重商)의식이 오늘 중국 경제를 세계 넘버투로 만들었다. '짝퉁이 어때서? 선비정신, 그건 개나 갖다 줘'. 이젠 짝퉁 수준을 넘어 AI를 리드하고,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주의 나라 중국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 성향을 갖는다.

이 3가지가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보면 어지간한 건 다 풀린다. 중국을 연구하거나, 중국인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계신 분들은 쉽게 공감할 내용이다.

지금의 중국을 보자.

시진핑의 중국은 거칠다. 홍콩, 대만, 남중국해, 그리고 티베트 등에서 사사건건 미국과 부딪친다. '우리 건드리지 마라. 반드시 보복한다.' 그렇게 당한 나라가 한둘 아니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여지없이 보복을 당한다. 주변국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은 2008년을 분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해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하계)을 치렀다.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 예술 거장 장이머우(張藝謀)는 개막식에서 강렬한 색채와 율동으로 중국 전통을 과시했다. 그는 이 한마디를 세계에 던지고 싶어했다.

중국이 일어섰다(中國起來)!

당시 미국 경제는 엉망이었다.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서방 경제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굴지의 금융회사가 넘어졌고, 실업자가 쏟아졌다. 뉴욕에서 '월가 점령 시위'가 태동하고 있었다.

중국은 기민했다. 위기돌파를 위해 4조 위안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풀어 경제 부양에 나섰다. 중국 전역에 고속철도가 깔리고, 멀리 서부에 공항이 건설됐다. 도시에서는 아파트가 치솟았다. 서방 경제가 죽 쑤고 있을 때 중국 경제는 오히려 10%를 넘나드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0년, 중국은 드디어 일본을 밀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 경제 성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담당했다. 당의 국가 동원 능력이 만든 결과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只有中國社會主義救西方資本主義!

중국 사회주의만이 서방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환호했다. 공산당 만세~! '중국은 이제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中國說不)'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애국주의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넘버 투, 이제 미국만 남았다. '차이나 스탠드더(中國模式)'가 곧 전 세계에 퍼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중국인들은 일어섰다.

2008년 8월 8일 열린 베이징 하계 올림픽. 장이머우(張藝謀)는 개막식에서 강렬한 색채와 율동으로 중국 전통을 과시했다.

2008년 8월 8일 열린 베이징 하계 올림픽. 장이머우(張藝謀)는 개막식에서 강렬한 색채와 율동으로 중국 전통을 과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2년 말 당권을 장악한 인물이 바로 시진핑이다.

그가 내건 최고 정치 슬로건은 '중국몽(中國夢)'이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시기를 부흥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어떻게? 그들은 과거에서 답을 찾았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구상이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육상 실크로드, 동남아와 중동을 거쳐 유럽에 닿는 해상 실크로드를 오늘에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실크로드가 탄생한 건 한(漢)나라 때다. 그 길을 타고 동서양의 문물이 가장 왕성하게 오간 건 당(唐)나라다. 강한성당(强漢盛唐), 세계 최강 한(漢)나라와 최고의 부흥기 당(唐)나라. 그 시기를 오늘 재연하겠다는 게 바로 중국몽이요, 실현 방안이 일대일로다.

중국의 현재와 과거는 이렇게 만난다. 매개는 역시 '한자'였다.

시진핑은 미국에 슬슬 잽을 날렸다. '태평양은 넓어, 미국과 중국이 나눠 관리하자.' 태평양 동쪽은 예로부터 중국이 먹었으니,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셈법이다. 아시아는 내가 맹주였는데….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중화DNA가 경제 성장과 함께 꿈틀거리고 있다.

'신형 대국 관계'라는 말도 만들었다.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 강국과 충돌이 빚어진다. 역사가 그랬다. 중국과 미국은 그러지 말자'라는 얘기였다. 그들의 화법 속에 중국은 이미 미국을 위협할 신흥강국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미국이 달가워할 리 있겠는가. 오바마는 짐짓 외면했지만, 트럼프는 정면으로 받아쳤다. 포성은 무역 분야에서 울렸다.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시진핑이 내건 최고 정치 슬로건은 '중국몽(中國夢)'이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시기를 부흥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구상이다.

시진핑이 내건 최고 정치 슬로건은 '중국몽(中國夢)'이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시기를 부흥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구상이다.

그런데 중국에 걸림돌이 하나 생겼다. 주변국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선린우호(善隣友好)를 강조한다. 그는 주변국을 상대로 자주 '허쭤공잉(合作共嬴)'을 외친다. 협력으로 함께 시너지를 만들자는 호소다. 도로도 건설해주고, 통신설비도 넣어준다. 그런데도 주변국은 중국을 겁낸다.

필자는 여러 중국 주변 국가(도시)를 취재 차 돌아봤다.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미얀마, 베트남, 대만, 블라디보스토크…. 이들 지역에서 하나같이 발견할 수 있는 게 바로 '중국 위협'이다.

2015년 카자흐스탄 취재 때 얘기다.

카자흐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나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일대일로의 핵심 통로다. 중국 변경 도시 호로고스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가는 도로. 주변에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작업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중국 돈으로 진행되는 공사란다.

중국이 도로 공사 해주니 얼마나 고마울까. 그러나 알마티 관리의 반응은 달랐다.

"중국 작업자들은 공사가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안 가요. 그냥 사라져요."

알마티 관리는 "중국인들이 알게 모르게 카자흐스탄으로 스며들고 있다"며 "무섭다"고 했다.  넓고 넓은 초원의 나라 카자흐스탄. 그 평원에 중국인 많이 모여 살면, 그게 중국 땅일까 카자흐땅일까…. 중국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 없다.

미얀마는 중국이 도로를 깔아놓고는 그 도로를 통해 자원을 '약탈'해간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정부는 상점이 하나둘 중국인들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에서는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이 반중 감정을 야기하고 있다.

어쩌다 그리됐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건 2001년 말이었다. 당시 중국 언론에서 '늑대가 왔다(狼来了)'라는 말이 유행했다. '늑대'는 서방이다. WTO가입으로 개방 폭을 넓히면 서방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을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던 중국이 지금은 스스로가 늑대로 변하고 있다. '전랑(戰狼)외교'라는 말은 이를 보여준다. 중국 외교는 거칠다. 누군가 중국의 이익을 침해한다 싶으면, 외교관들은 '늑대 전사'로 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위협한다. 그러니 이웃 국가들은 쫄 수밖에 없다. 아직도 진행 중인 '사드 보복'은 그 한 예일 뿐이다.

한 나라의 세력이 커지면 당연히 주변국은 위기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중국은 그게 더 심하고, 광범위하다. 심지어 멀리 떨어진 유럽마저 '황화(黃禍)'를 떠올리고 있다. 미국은 두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과연 그들 의도대로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한자', '아버지 공산당', '돈 귀신'. 필자는 위 3개 특성이 존재하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5000년 왕조시대의 철학과 사고가 현대 국제 정세와 어울릴 수는 없다. 공산당 주도의 국가 자본주의 시스템이 서방의 자유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 융합하기란 어렵다. 남의 나라 기술과 브랜드를 훔치거나 베껴 만든 제품으로 남의 존중을 받기는 어렵다.

이웃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대국, 자칫 이곳저곳에서 비극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런 중국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운명이기도 하다.

중국이 놓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자, 이 화두를 풀기 위해 본격적으로 주역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주역 여덟 번째 '수지비(水地比)' 괘는 물을 상징하는 감(坎, ?)이 위에, 땅을 뜻하는 곤(坤, ?)이 아래에 있다./ guoyi360.com

주역 여덟 번째 '수지비(水地比)' 괘는 물을 상징하는 감(坎, ?)이 위에, 땅을 뜻하는 곤(坤, ?)이 아래에 있다./ guoyi360.com

주역 여덟 번째 '수지비(水地比)' 괘를 뽑았다. 물을 상징하는 감(坎, ☵)이 위에, 땅을 뜻하는 곤(坤, ☷)이 아래에 있다(䷇).

괘 이름 '比(비)'는 갑골문에서 사람이 나란히 함께 가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한자 사전 설문(說文)은 '밀접하다(比, 密也)'라고 했다. 그래서 '친근하다', '서로 의지하다'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이웃집과, 이웃 나라와 서로 잘 지내는 걸 일컫는다.

길었다. 어떻게 하면 중국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수지비 괘에 관한 얘기는 다음 칼럼에 계속하자.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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