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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도보 배송’ 품었다…7.5조 ‘라스트마일’ 시장이 뛴다 [팩플]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승객이 타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승객이 타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도보 배송과 당일 배송 스타트업을 품었다. 택시 등 '사람의 이동'에 집중됐던 사업을 소비자의 문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로 넓히는 행보다. 카카오의 참전으로 배달 플랫폼과 유통 대기업 중심의 라스트마일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사진 오늘의픽업]

[사진 오늘의픽업]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물류 스타트업 '오늘의픽업'과 '엠지플레잉'을 합병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지분 100%를 가진 두 회사를 카카오모빌리티가 흡수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엠지플레잉이 운영하는 '도보60'은 짧은 거리를 걸어서 배송하는 배송원을 소상공인과 매칭하는 서비스다. 누구나 참여해 도보 배송을 할 수 있다. 파리바게트·배스킨라빈스·CU편의점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오늘의픽업은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빠른 배송을 위해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 등 배송망을 구축했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소 사업자가 주 고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저렴하게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빅 픽쳐 

카카오모빌리티는 월 활성 이용자수(MAU) 1000만명 이상으로 모바일 택시 호출 시장의 압도적 1위다. 그러나 지난해 호출 수수료를 인상하려다 '플랫폼 갑질'이란 비판 끝에 접은 바 있다. 수익성엔 빨간 불이다. 다른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 그런 점에서 물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다각화에 중요한 포석이다.

● 라스트마일로 물류 보완 : 라스트마일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물류 포트폴리오에서 비어있는 퍼즐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도보60과 오늘의픽업을 카카오T 앱에 탑재할지 검토 중. 황선영 카카오모빌리티 홍보팀 이사는 "물류 산업이 발전하면서 퀵서비스, 택배와 다른 여러 서비스가 등장했다"며 "더 짧은 거리를, 빠르게 배송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하늘 길도, 자율주행도 '연결' :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외에도 바이크·퀵서비스·택배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테크 콘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NEMO) 2022'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 먹거리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등 고도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꼽았다. 택시뿐 아니라 모든 이동수단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다.

경기 성남시 판교역 앞에 주차돼있는 카카오T바이크.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경기 성남시 판교역 앞에 주차돼있는 카카오T바이크.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라스트마일 춘추전국시대

배달노동자들이 지난달 6일 서울시내에서 점심시간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배달노동자들이 지난달 6일 서울시내에서 점심시간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소비자 집 앞까지의 '1마일'을 잡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종합물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스트마일 시장 규모는 약 7조5000억원이다. 이 시장의 선두에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있다. 라스트마일 시장의 절반 가량은 음식 배달이 차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적자를 감수한 출혈 경쟁 중이다.

유통 대기업도 라스트마일 물류를 강화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배달대행 업체 부릉(메쉬코리아)의 지분 19.53%를 매입하고, '요기요'를 인수했다. 전국에 매장을 가진 이마트(SSG닷컴)와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CJ올리브영 등 유통 대기업도 배송망을 강화하면서 라스트마일 물류 시장에 참전했다.

사업자 간 협력도 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GS리테일로부터 6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GS리테일의 편의점 등 매장을 카카오T퀵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GS리테일에 물류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장밋빛 시장, 리스크는 

지난해 9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카카오모빌리티 독점 갑질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카카오모빌리티 독점 갑질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라스트마일 물류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있다. 많은 물량을 배송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택배와 달리 퀵커머스는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도심에 물류시설을 구축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마트(송파구)의 지난해 기준 월 임대료는 4500만원, 인건비는 월 2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소상공인과의 갈등도 잠재된 뇌관이다. 물류업체가 수익 확대를 위해 배달료를 인상하면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카카오T가 수수료 인상을 두고 택시 업계와 벌인 갈등이 라스트마일 물류로도 번질 수 있는 것. 이런 우려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중소 사업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