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지X하네" 무서운 제자…요즘 교사들 앞다퉈 드는 보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최근 교권 침해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 설계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동료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고학년 남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가 "지X하네"라는 욕설을 들은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내린 결정이다. 김씨는 "교육청에서 가입하는 단체보험이 있지만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로 교사가 고소를 당하는 경우에만 보험금이 나와 교사 본인이 피해를 본 경우 구제가 안 된다"며 "개인적으로 보험에 들어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전면 등교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도봉구 창동 창원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1교시 수업을 듣고 있다.[뉴스1]

전국 초·중·고등학교 전면 등교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도봉구 창동 창원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1교시 수업을 듣고 있다.[뉴스1]

'학생 폭언 위로금' 300만원…씁쓸한 자구책

교권 침해 자구책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가 늘었다. 2019년 1월 1559명이었던 하나손해보험(당시 더케이손해보험) 교권침해 특약 누적 가입자 수는 3년 만에 6833명이 됐다. 원래 교사가 업무 중 배상 책임을 지게 될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었지만 교권 침해 사례가 늘며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언‧폭행을 당하는 경우 '위로금' 명목의 보험금 100~300만원을 정액 지급하는 특약이 신설됐다. 교사가 교육활동 중 폭행, 협박, 명예훼손, 성폭력범죄나 부당한 간섭 등을 당했을 때 보험금이 나온다. 특약 출시 초기인 2019년에는 위로금을 수령한 교사가 30여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엔 누적 250명이 위로금을 받았다.

교권 침해 보험에 가입한 교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권 침해 보험에 가입한 교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위로금 지급으로 이어진 피해 유형으로는 학생 폭언이 가장 많았다. 학생이 수업 중 자리를 바꿔 앉은 것을 지적하자 "지X하네 X발"이라고 욕한 사례, 무단결석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리자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한 사례 등 생활 지도 중 폭언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자 해당 학생이 교사를 "아줌마"라 부른 사례도 있었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 사례로는 교사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교사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사례 등이 있었다.

등교 중단하자 SNS로 교사 사진 퍼뜨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신종 괴롭힘도 있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되며 전체 교권 침해 사례는 줄었지만 사이버 명예훼손 등 신종 교권침해는 오히려 늘었다.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3건이었던 정보통신망 이용 교권 침해는 2020년 23건, 2021년 1학기 32건 발생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등교 중단으로 직접적인 폭언·폭행은 줄었지만 온라인 수업 중인 교사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캡처해 SNS에 올리는 등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중학교에서 선생님이 2학년 수학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중학교에서 선생님이 2학년 수학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사이버 교권 침해가 늘자 지난해 8월 교육부가 교사의 수업 영상을 무단으로 합성하거나 배포한 학생에게 최대 강제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고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현장에서는 뒷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는 "비대면 수업에서 정상 등교로 방향을 돌린 뒤 뒤늦게 정책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학부모들의 지나친 문제 제기로 비대면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교사가 많았다. 김 본부장은 "줌 수업 중에 숙제하지 않은 학생을 호명하자 학부모가 '아이를 낙인찍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학생을 음소거 처리하자 학부모가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며 항의하는 등 지나친 민원 제기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교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