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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추경 기습 처리, 매표(買票)행위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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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결위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회의 속개 촉구 농성을 하고 있다. 이후 민주당은 19일 새벽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300만원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경안을 단독 처리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결위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회의 속개 촉구 농성을 하고 있다. 이후 민주당은 19일 새벽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300만원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경안을 단독 처리했다. 연합뉴스

2년 전에도 총선 재난지원금으로 압승 경험

대선 앞두고 소상공인 300만원 지원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새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단독으로 열고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기습 처리했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300만원씩 지급이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진단키트와 재택치료키트 지원,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 지원 등을 위한 3조5000억원가량을 추가해 총 17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 수정안을 2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이달 말이나 3월 초에 지급될 예정이다. 대선 사전투표일인 다음 달 4~5일이나 본투표일인 3월 9일 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자영업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내걸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

추경 드라이브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가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참모회의에서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추경안을 처리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적극 협조해 달라”며 국회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채시장 기류와 우크라이나 사태 변수, 물가 등을 고려해 추경 35조원 증액에 난색을 보이자 “당장 목을 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청이 대선 전 자영업자 지원에 목을 매온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 제한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를 지원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뛰는 물가에 폐업이 속출하니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와 방역 지침을 거부하겠다고 외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어제 기획재정부는 코로나 사태 여파로 정부가 2년간 100조원 이상의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939조1000억원으로 증가해 코로나 이전보다 240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형편인 나라 살림을 고려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할 사안을 대선을 앞두고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하는 것은 600만 자영업자의 표를 얻겠다는 계산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여당의 단독 처리는 절차상 하자 논란도 낳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예결위원장이 의사 진행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회의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반발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또한 소상공인 지원금을 1000만원씩 주자고 주장했다. 곳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 50조원 추경을 내걸었던 터라 여당의 기습 처리를 비판할 명분을 스스로 잃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양대 정당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지르는 공약에만 수백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추경 논란은 앞으로 돌아올 ‘빚잔치 청구서’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