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손발 차거나 발목 반점도 의심 징후…환자마다 치료 정답 따로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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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하지정맥류로 고민하는 사람 한두 명쯤은 있다. 실제로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한 해 21만 명(2020년 기준)이 넘는다. 하지정맥류는 류(瘤)가 혹이란 뜻으로 혈관이 혹처럼 부풀어 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맥은 몸 곳곳으로 공급됐던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통로다. 정맥 내부에는 판막이 있어 혈액의 흐름을 항상 심장 쪽으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근데 하지 정맥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정맥벽이 약해지면서 판막이 손상된다. 혈액이 역류하면서 정맥 모양이 변하거나 확장이 일어나고 정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정맥류는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노화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판막 기능이 약해지고 탄력성이 떨어져 하지정맥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이다. 둘째, 가족력이다. 선천적으로 판막 기능이 약한 경우로 부모 모두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자녀의 90%에서 하지정맥류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땐 젊은 나이에도 하지정맥류가 나타날 수 있다.

가족력·여성호르몬, 발생 위험 높여

셋째, 임신과 여성호르몬이다. 임신하면 커진 자궁이 정맥을 압박하고 여성호르몬이 정맥의 크기를 확장하는 데 영향을 줘 판막 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임신으로 인한 하지정맥류는 대개 분만 후 저절로 사라진다. 넷째, 자세다. 직업적으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중력을 역행함에 따라 큰 혈액 기둥이 생성된다. 이 기둥이 직접 판막을 압박하고 과부하를 유발해 판막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상동 교수는 “오래 서 있는 직종인 승무원이나 교사, 미용사, 판매원 등의 직업군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비만 관리와 함께 다리를 꼬는 자세나 굽 높은 신발, 레깅스처럼 너무 조이는 옷은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면 주로 ▶혈관이 보기 싫게 늘어나 있고 ▶다리가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무거운 느낌을 받는다. ▶하지 통증 때문에 잠에서 자주 깨거나 ▶다리에서 쥐가 나기도 한다. 잘 모르는 의외의 증상도 여럿 있다. ▶발바닥이 후끈거리거나 열감이 있고 ▶손발이 차고 시리며 ▶피부 질환인 것처럼 발목 쪽에 반점이 올라오면서 그 위로 번지는 증상도 하지정맥류로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는 환자는 서 있을 때 보이는 정맥이 3㎜ 이상 확장해 있는지, 혈류를 측정하는 도플러 초음파검사에서 0.5초 이상 역류가 관찰되는지 등을 두루 평가해 진단한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외과 전흥만 교수는 “하지정맥류 치료 후 재발 환자나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복부 혈관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법은 크게 1~3세대로 구분한다. 1세대 치료법으로는 정맥류에 경화제를 주입해 정맥을 폐쇄하는 경화 요법과 혈액 정체를 해소하고 부기와 통증을 조절하는 압박스타킹, 문제가 되는 혈관을 몸 밖으로 빼내 제거하는 발거술(절개술)이 있다. 발거술의 경우 문제 혈관을 직접 제거하므로 재발률이 낮아 상태가 심하거나 재발이 잦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알려진다. 가장 오래된 치료술이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사용 빈도가 줄고 있다.

치료 목적, 삶의 질 향상에 둬야

2세대 치료법으로는 레이저·고주파 요법이 꼽힌다. 모두 열을 이용해 치료하며 발거술보다 덜 침습적인 방식이다. 레이저 요법은 혈관 안에서 약 500~1000도의 열로 문제 혈관을 손상시킨다. 반면에 고주파 치료는 120도 정도의 균일한 온도로 치료한다. 레이저·고주파 요법은 역류를 동반한 정맥류 환자에게 우선 권고되는 치료법이다. 3세대는 가장 최근에 소개된 정맥 내 비열 치료법이다. 망가진 혈관을 의료용 접착제로 치료하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이용한 정맥 폐쇄술과 경화제를 주입해 치료하는 경피적 기계화학 정맥 폐쇄술이 대표적이다. 최소침습적 치료 방법으로 빠른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병이다. 동맥 질환보다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은 덜하지만,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오래 방치하면 피부색이 변하거나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궤양을 유발하기도 한다. 전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악성종양처럼 발본색원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하지정맥의 변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며 “치료의 목적은 삶의 질의 향상이므로 증상이 있을 때 적절한 치료법과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료 후에도 관리는 필수다. 재발률이 10년에 약 15%로 추산된다. 필요하면 일정 기간 압박스타킹을 착용해 압박치료를 하고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는다. 생활습관 개선은 필히 뒤따라야 한다.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발꿈치 스트레칭을 하며 체중을 관리해 재발 방지에 나서도록 한다.

하지정맥류 치료의 오해와 진실

△붓거나 통증 있으면 하지정맥류다

다리가 붓거나 저리고 아픈 하지 불편감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정맥 질환을 비롯해 근골격계 질환, 관절염, 근육 긴장, 피로 골절, 갑상샘기능저하증 등이 대표적이다. 원인을 찾기 위한 세심한 평가가 요구되는 이유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진단 후 곧바로 수술하는 건 위험한 조치일 수 있다. 치료를 성급하게 진행하면 불편한 증상은 해결되지 않고 남을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해 정확한 근본 원인과 치료법을 찾도록 한다.

X 진단되면 무조건 수술한다

혈액의 역류 현상이 관찰되더라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피부 변화, 합병증 유무를 따져 치료 시기를 정한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이 없다면 수술은 급한 게 아니다. 또 치료법이 시술·수술밖에 없단 편견을 버려야 한다. 무증상이나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생활습관의 변화나 꾸준한 운동, 약물·압박 치료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증상이 있고 겉에서 보이는 얕은 정맥 확장이 있는 경우 혈관 내 시술·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X 약이나 운동요법으로 완치된다

약물치료는 증상을 개선하고 혈관을 강화하며 항염증 작용에 효과가 있어 초기에 복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약은 한계가 있다. 종아리근육은 제2의 심장 역할을 한다. 걷기는 종아리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원인이 되는 혈관을 고치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점점 진행하는 병이므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시기에 다른 치료를 받는 게 좋다.

O 수술 후 압박치료가 도움된다

압박스타킹이나 압박붕대, 간헐적 공기 압박 등을 활용한 압박치료는 펌프 기능과 정맥의 혈류 순환을 원활하게 해 통증을 줄인다. 흔히 쓰이는 압박스타킹은 발목·종아리·허벅지 등에 압력이 단계적으로 가하도록 설계돼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정맥 내 열 치료나 기계화학 정맥 폐쇄술과 같은 치료 후에 10~20㎜Hg 압력을 가진 압박스타킹을 1~2주 착용하면 통증과 부종, 피하 출혈을 줄이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X 마사지는 수시로 할수록 좋다

하지정맥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마사지를 수시로 받는 사례가 있다. 마사지하려고 눕는 자세만 취해도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종아리근육을 마사지하면 펌프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치료 개념이 절대 아니다. 특히 문제가 있는 정맥을 잘못 마사지하면 오히려 통증 악화를 부를 수 있다. 혈전성 정맥염이나 심부정맥혈전증이 있는 환자에게 마사지하면 혈전으로 인한 폐색전증을 야기할 염려가 있어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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