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영화 함께해 기쁘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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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로버트 패틴슨이 새로운 배트맨 역으로 나선 영화 '더 배트맨'이 3월 1일 개봉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로버트 패틴슨이 새로운 배트맨 역으로 나선 영화 '더 배트맨'이 3월 1일 개봉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해준 조언요? 망토 소재를 묻더군요. 망토 움직이는 게 어려울 거랬는데 정말이었어요.”
 새 ‘배트맨’ 주인공에 발탁된 영국 배우 로버트 패틴슨(36)이 첫 슈퍼 히어로 연기 경험 소감을 털어놨다. 영화 ‘더 배트맨’ 개봉(3월 1일)에 앞서 지난 18일, 맷 리브스 감독, 배우 조이 크라비츠(캣 우먼 역), 폴 다노(리들러 역)와 함께한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간담회에서다.
 1939년 DC 만화에 처음 등장한 범죄 온상 ‘고담시’의 이 음울한 영웅은 이후 40편 가까운 영화‧애니메이션‧TV 시리즈에 등장했다. 그중 영국 감독 놀런이 만든 크리스찬 베일 주연 ‘다크 나이트’ 3부작(2005~2012)은 걸작 반열로 꼽힌다. 운명이었을까. 패틴슨은 2019년 그의 영화 ‘테넷’ 촬영 기간 중에 새로운 배트맨 배우로 낙점됐다. 1943년 영화 ‘배트맨’의 루이스 윌슨부터 팀 버튼 감독판 주역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조지 클루니 등의 바통을 이었다. 단 ‘더 배트맨’은 벤 애플렉이 배트맨을 연기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이 펼친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세계관엔 섞이지 않는 독자적 작품이다. 83년 전 범죄 쫓는 탐정으로 처음 등장한 배트맨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1일 세계 최초 한국 개봉 '더 배트맨'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패틴슨 발탁
배트맨 2년차 분노에 찬 미완성 영웅

감독 "예술영화 출연한 패틴슨에 영감
무섭고 나약한 배트맨 그렸죠"

'해리포터''트와일라잇' 스타의 배트맨

'더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으로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더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으로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홍보에 열심인 패틴슨은 지난해 12월 본지와 별로 화상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어떤 망토를 물려받는 느낌이었고 놀라웠다”고 했다. 그전까진 “한 번도 만화책 캐릭터로 오디션을 본 적 없다. 배트맨 원작만화도 캐스팅 후에야 읽기 시작했다”는 말도 했다. 이례적인 도전이다. 데뷔작인 영화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 인간 소녀와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로 분한 ‘트와일라잇’ 시리즈(2008~2012) 등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할리우드 톱스타가 됐지만, 이후 진중한 거장의 작품, 독립‧예술영화에 주로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동생과 은행을 털려다 광란의 구출극을 벌이는 청년을 연기한 칸영화제 공식경쟁부문 진출작 ‘굿타임’(2017), 광기에 휘말린 등대지기 역할로 런던비평가협회상 영국남우주연상을 받은 ‘라이트하우스’(2019) 등이다.
리브스 감독은 오히려 이 카멜레온 같은 모습에서 가능성을 봤다. 특히 ‘굿타임’에서 배트맨과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배트맨을 무섭게 만들고 싶은 동시에 나약함도 그리고 싶었다”고, “커트 코베인(록가수)과 하워드 휴스(괴짜 기업가)의 중간쯤에 있는 은둔자이면서도 로큰롤 감성이 있는 인물로 그리려 했다”면서다.

감독 "커트 코베인과 하워드 휴스 중간" 

진화한 유인원들을 그린 ‘혹성탈출’, 괴수 액션 ‘클로버필드’ 시리즈 등 판타지 재난 설정을 현실적인 감정으로 와 닿게 그려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 고담시의 억만장자 탕아 브루스 웨인이 정체를 감춘 채 고든 경감에게 협조하는 자경단 배트맨으로 활동한 지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을 파고든다. 최첨단 무기도, 완벽한 머슬카도 없는 불완전한 상태로 밤마다 목숨 걸고 범죄자들을 때려눕히는 배트맨은 스스로를 “복수(Vengeance)”라 부른다. 배트맨의 탄생 과정을 담은 그래픽노블 『배트맨 이어 원』이 토대가 됐다.
“맷 리브스 감독님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 부모님과 차를 타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트라우마에 대해 얘기했어요. 배트맨이 어릴 적 부모님이 살해당하면서 얻은 트라우마의 양면성이 이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확장하는 씨앗이 됐죠.” 패틴슨은 “아직 완벽한 자기 통제 수준에 이루지 못한 배트맨의 여정에 집중했다”면서 “모든 것에 출발점이 있다는 데 영감 받았다”고 했다.

'더 배트맨' 속 배트모빌.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한 최첨단 머슬카로 표현됐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개발 초기 단계의 미완성 외양과 육중한 타격감이 강조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더 배트맨' 속 배트모빌.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한 최첨단 머슬카로 표현됐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개발 초기 단계의 미완성 외양과 육중한 타격감이 강조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트맨이 도시의 비리를 캐다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그가 자신의 뿌리를 더 깊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단서가 된다. 대부분 캐릭터가 더 정의롭거나 악해질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특히 부패한 자들을 잔혹하게 처단하는 수수께끼의 악당 리들러는 배트맨과 아슬아슬하게 경계지워지는 거울 같은 캐릭터다. ‘배트맨 포에버’(1995)에서 새빨간 머리에 물음표 무늬 초록 쫄쫄이를 입은 짐 캐리표 ‘리들러’와 달리, 부패 권력에 대한 적개심을 인터넷 방송에 담아 선동하는 평범한 뿔테 안경의 더벅머리 청년의 모습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에도 출연한 배우 폴 다노가 연기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조디악 킬러 등 실화 영감

폴 다노가 연기한 악당 리들러는 실존 연쇄살인마 조디악 킬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폴 다노가 연기한 악당 리들러는 실존 연쇄살인마 조디악 킬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뒷골목 여성들을 연민하는 캣우먼은 배트맨을 닮은 외톨이, 유흥가의 사기꾼 펭귄은 이민자 출신임이 암시된다. 아일랜드 배우 콜린 파렐이 매촬영 4시간 넘는 분장으로 모습을 180도 바꿔 펭귄 역을 맡았다. 고담시의 새로운 시장과 고든 경감은 모두 흑인 배우가 맡았다. 만화 같은 별종 악당들과 최첨단 무기로 싸우던 이전 배트맨 시리즈보다 사실적인 색채, 다양성에 신경 쓴 흔적이 두드러진다. “고담시는 현존하지 않지만, 관객이 공감할 수 있길 바랐다”는 리브스 감독은 ‘워터게이트’ 사건, 연쇄 살인마 조디악 킬러 등 실화에 더해 빈부격차, 다인종, 이민자, 자경단 문제를 영화 속에 새겨넣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배트맨의 영웅적인 면의 팬이지만 동시에 그가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실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트맨의 고독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캣우먼(왼쪽)은 배우 조이 크라비츠가 맡았다. 이번 영화는 고든 경감, 신인 시장 캐릭터도 모두 흑인 배우가 맡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트맨의 고독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캣우먼(왼쪽)은 배우 조이 크라비츠가 맡았다. 이번 영화는 고든 경감, 신인 시장 캐릭터도 모두 흑인 배우가 맡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더 배트맨’은 한국에서 오는 28일 전야제 상영으로 공개되며 사실상 전세계 최초 개봉하게 됐다. 영화 말미엔 짤막한 쿠키 영상도 있다. 리브스 감독에겐 후속작에 대한 구상도 있지만 제작 여부나 형태는 이번 흥행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와 SF 영화 찍는 패틴슨 "기대되고 기뻐"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과 차기작도 내정돼있다. 복제 인간 소재의 소설 『미키7』가 토대인 미래 SF 영화다.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님과 일하는 게 기대되고 대단한 영화를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더 배트맨’을 볼 한국 관객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한국은 요즘도 영화관에 많은 관객이 가고 있는 걸로 압니다. ‘더 배트맨’이 한국에서 최초 개봉하게 되다니, 다른 나라에도 큰 영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배우 콜린 파렐이 연기한 사기꾼 펭귄 캐릭터. 4시간여 분장으로 외모를 180도 바꿨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콜린 파렐이 연기한 사기꾼 펭귄 캐릭터. 4시간여 분장으로 외모를 180도 바꿨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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